지원은 아이들 셋을 데리고 큰 아이 치과를 다녀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물어봤는데, 각기 먹고 싶은 것이 달랐단다.
"그래서 근처 롯데백화점 푸드 코트에 갔거든? 그런데 첫 째 하안이가 글쎄 회전 초밥이 먹고 싶다는 거야."
'회전 초밥'
성준은 대학교에 돼서야 회전 초밥집을 처음 갔다. 이전부터 먹어보고는 싶었지만 몇 접시 집으면 금방 두 세 사람이 넉넉히 중국집 세트메뉴를 먹고도 남을 돈이라 꺼려졌다. 대학교 때도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마침 한 선배가 같이 나와서 사주셨었다. 성준에게 있어 회전 초밥, 그리고 백화점 지하 코너에 있는 값비싼 회전 초밥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음식점이었다.
"둘 째는 마감 코너에서 두 팩에 만원 하는 것을 집었고, 막내와 나는 어린이 세트 메뉴를 시켰어. 결국 첫째에겐 5만 원을 쥐어 준 후 두 가지 규칙을 말해줬어."
'어허.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니 부모 동생과 떨어져 혼자 외식도 하는구먼!'
요 근래 정해진 숙제 시간이 넘도록 느릿느릿 시간 관리를 하지 못하는 하안이를 성준과 지원이는 여러 번 다그쳤다. 어제는 축농증으로 약을 먹는 하안이가 둘째 동생과 밖에 나가서 바람이 부는데 신나게 분무기로 칙칙 뿌리며 놀고 들어와 발랄하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 우리 화석 발굴 놀이를 마치고 물 뿌리며 놀았어요!"
성준은 요 장난꾸러기들 하고 얼른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가라 했지만, 지원에게는 된탕 혼이 났다.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감기 걸린 녀석들이 바람이 쌩쌩 부는데 물을 뿌리고 놀았다고?"
당장이라도 몽둥이찜질을 맞을 뻔한 아이들을 성준이 황급히 구했다.
"여보. 아이들이 그러면 다음번에 밖에서 장난치고 와서 이야기 안 하면 어쩌려고 그래. 따끔하게 타이르자. 응?"
지원은 내심 첫 째 하안이가 안쓰러웠는지 백화점 회전 초밥 먹을 기회를 줬다.
"첫째는 한 접시씩 먹는다. 다른 것이 먹고 싶으면 집은 접시를 다 먹고 고르는 거야. 둘째는 음식 남기지 말기. 고른 것은 끝까지 먹어보는 거야."
성준네 아이들은 뚱뚱한 아이가 없었다. 남자 셋이면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 무섭게 먹어 치운다지만, 예외인 집도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 중이었다. 아직도 먹어라 성화를 내야 조금 먹었다.
'하안이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
일전에 성준과 하안이 둘이서 데이트를 하며 마트의 회전 초밥집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 7 접시 정도를 먹고 2만 원 안쪽으로 나왔던 기억이 있기에 성준은 하안이의 활약상이 궁금해졌다.
"혼자 먹고 있길래 중간에 한 번 가봤거든? 그랬더니 콜라도 한 잔 시켜 먹고 있는 것 있지."
'요놈 봐라. 재밌네? 아주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기분을 내고 있잖아.'
지원이 의도한 대로였다. 어설프게 제한을 두기보다는 한 끼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도록 노아준 것이었다.
"아빠! 회전 초밥 테이블 앞에 접시 별로 금액 쓰여있는 것 보고, 1만 원짜리는 먹지 않았어요. 그리고 연어알 초밥은 으윽. 제 입맛은 아니더라고요."
결과는 9 접시 내외를 먹고 3만 2천 원을 냈다고 했다. 돈도 지불하고 아빠 휴대폰 번호로 포인트 적립도 했단다.
'아이가 이렇게 자라는구나.'
성준은 요즘도 가끔 혼자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가성비를 따져 먹는다. 한 그릇 뜨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분식을 먹곤 하는데, 우리 아들은 회전 초밥을 그것도 백화점 지하에서 즐기다니, 여러 생각이 났다.
아무렴 아빠 엄마가 좀 더 아껴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 해보고 싶은 것을 할 기회를 주는 것에 보람을 안 느낄 부모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