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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미 Oct 14. 2020

잠 못 자는 건 40대도 똑같네

내가 40대에도 잠을 길게 못 자는 이유는?

신생아 100일 전까지는 아기가 통잠을 안 자서 함께 잠을 못 자는 게 힘들다고 들었는데, 내게도 예외는 없었다. 조리원에서 나와서 첫 주말은 남편과 나, 둘이서 아기를 케어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조리원에서 금요일에 퇴소해서 금요일 저녁 6시까지 산후관리사 분이 기본적인 교육과 육아를 위한 세팅을 도와주셨고, 저녁 6시부터는 바로 실전 투입이었다.

조리원에서는 모자동실을 하다가도 아기가 울면 신생아실로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신생아실 간호사가 방으로 와서 아기를 달래주거나 모자동실을 끝내고 아기를 다시 신생아실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아기와 우리 부부가 함께 한 첫날밤에는 아기가 심하게 울 때 도와줄 누군가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났다. 아기가 울면 달래야 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운 과제로 다가왔다.




어쩌면 조리원에서 끝까지 아기가 울면 달래는 과정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기를 달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던 게다. 조리원에 있을 때는 내 몸 하나 회복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집에서 보내게 될 아기와의 생활에 대해 미리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어쨌든 그날 밤에 아기의 울음을 달래 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잔 시간은 쪽잠을 모아서 2시간 남짓이었다. 잠을 못 잔 그날 밤이 더 힘들게 다가온 건, 앞으로 정말 2시간 이상 잘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정도로, 아기가 수유 타임을 제외하고는 잘 자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몇 날 며칠을 보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40대에도 잠은 못 자는구나. 살면서 늘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수면 시간을 아껴서 하고 싶고, 필요한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썼다. 매 연령대마다 잠을 못 잔 이유는 다르고, 잠을 줄이면서 몰두했던 일도 다르다.


10대에는 공부하느라 (그래야 20대 때 좋은 직업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좁은 시각으로 생각한 건지 싶지만, 예전에는 특별한 재능이 없으면, 공부라도 잘해야 먹고 살 직업을 찾는다는 시각이 있었다.)


20대에는 노느라 (10대 때 못 논 게 억울해서 그리고 30대 되면 많이 못 놀 것 같아서)


30대에는 일하느라 (그래야 40대가 되면 편하게 살 줄 알았다. 30대에 일한 것으로 먹고살기도 하지만, 사회는 계속 변하고 30대에 일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함정)


40대에는 육아하느라 (눈 앞에 신생아가 있는데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졸려도 그냥 해야 하는 거, 하게 되는 거)


그러고 보면 살면서 임신 중에 제일 잘, 제일 많이 잔 것 같다. 밤 12시에 보통 잠든 거여서 일찍 잔 건 아니지만, 최소 7-8시간은 잤다. 임신 중에는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도록 내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매 연령대마다 잠 못 자는 밤을 보낼 때면, 더 이상 체력이 안 돼서 밤샘도 못한다고 걱정과 푸념을 했는데, 40대가 된 지금도 잠을 못 잔다. 아기가 밤중에 덜 깨서 잠을 자면 잘 수는 있는데,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아기에게 붙어 있어야 해서 낮에는 뭔가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아기가 잘 때 가끔은 일을 하거나 글을 쓰느라 잠을 줄이고 있다. 그래야 다른 시간에 아기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50대가 돼도 잠을 푹 자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 일 테니.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잠을 못 이루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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