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시작하는 나의 일
성공한 사업가나 정치인에게 평상시 몇 시에 일어나는지 물어보면 모범답안처럼 새벽 3시라고 대답한다. 내가 그 시간에 일어나는 일은 없을 거고, 과연 컨디션이 괜찮을지 싶어서 시도조차 해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나 지금 3시에 일어나서 (물론 젖병 소독 때문에 강제 기상했지만) 이 새벽에 깨어있다. 심지어 글을 쓰고 있다.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는데, 늘 따라온 건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였다. 육아를 하기 전에는 하루 24시간도 짧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참 길었던 하루였다. 제대로 사용했다면 뭐라도 더 했을 것 같은 아까운 시간들이다. 뭐든지 부족해야 안다.
지금은 손을 사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생각이다. 3개월 아기를 돌보면서 의외로 많은 생각을 하며 지낸다. 단순한 일과의 반복 속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들이 있다.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아기가 울지 않고 바운서에서 놀아주거나 잠깐이라도 잘 때, 휴대폰에 떠오르는 단상과 연관된 단어나 짧은 문장들로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낮에 아이패드로 글을 쓰는 시도도 해봤는데, 오히려 끝까지 완성도 안되고 마음 급하게 써 내려간 문장이라 나중에 읽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다시 쓰게 되었다.
그래서 한 번 생각해본다. 성공한 사업가가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을 선호한 이유를. 주간 업무 시간에 바쁜 사람들일수록 혼자 앉아서 본인이 집중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하루 종일 전화, 미팅, 결제 등을 하다 보면.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3개월 아기는 수면 중에도 3-4시간에 한 번 분유를 먹여야 하기에 새벽 3시에 일어나면 적어도 3시간, 아기가 많이 자는 날은 새벽 시간에 아마 5시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주어진 시간은 정말 잘 쓰고 싶어 진다. 지금 집중하지 않으면 적어도 내일 새벽 3시까지는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할 시간은 30분 이상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기가 낮에는 깊게, 길게 자는 일이 없어서.
육아를 하면, 부모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에 집중도가 높아진다고 하던데, 지금만 해도 1시간 동안 두 편의 글을 썼으니. 낮 시간에 일을 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기가 잠드는 저녁 8시-9시 무렵에 함께 잠드는 게 필요하기는 하겠다. 그래야 6시간은 잘 수 있으니.
아, 이제야 밤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는 성공한 사람들의 법칙(?)을 알겠다. 잠을 줄인 게 아니라, 허비되는 밤의 일상을 줄인 것이다. 아이가 잠들고 자정까지 TV 시청을 했던 내가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그러면 낮 시간에도 졸리지 않고, 일을 중단하고 있는 나의 커리어도 조금씩 유지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