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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미 Nov 01. 2020

다음 프로젝트 바로 투입이라고  말 안 했잖아요.

코로나 시대의 조리원 생활은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시작

조리원에 들어간 지 얼마 안돼 친구들이 “몸은 어때? 괜찮아?”라고 물어 왔을 때 “출산이 끝이 아니구나 역시. 이후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을 못했어. 마치 일로 보면 데드라인이 있는 장기 프로젝트를 하나 마쳤는데, 휴가도 없이 다음 프로젝트로 바로 투입된 느낌?!”이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일이 끝나면 휴가라도 가는데, 임신과 출산이 끝난 뒤에는 휴가가 없는 거구나, 를 느끼니까 황당한 마음마저 들었다. 내 몸은 언제 쉬지.


임신 기간 동안은 음식을 가려 먹고, 행동에 제약을 갖게 되는 등 자유롭지 못하게 사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배가 나와서 하지 못하는 일이기에 더욱 해보고 싶은 일로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가거나 속력을 내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다.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서 배가 많이 나오면서는 아기를 얼른 만나고 싶은 기대감과 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상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임신 기간을 거쳐 출산을 하면 임신 때 겪은 컨디션과는 차원이 다른 컨디션을 갖게 된다. 몸속 호르몬이 달라지고, 컨디션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출산. 출산준비물은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면서 리스트업 해가면서 열심히 준비하게 되는데, 출산으로 달라질 내 몸과 마음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준비물'에 넣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떤 것인지 미리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지난 2월 조리원 예약을 할 때는 코로나 19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8월이 출산 예정이어서 그때만 해도 남편도 조리원에 못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흘려들었다. 설마 코로나가 8월까지 갈까 싶었기 때문에. 그러나 내가 조리원에 들어갔던 시기에 다시 2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남편과의 면회조차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예전처럼 조리원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을 하지도 못했고,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면회 와서 아기를 함께 보며 행복해하는 시간도 갖지 못했다. 아기와 드디어 만났다는 행복을 느껴야 할 시기임에도 조리원 방 안에 혼자 고독히 있는 2주 간의 시간이 아주 행복하지만은 않게 지나간 것 같다. 수술 통증도 계속 있었고 몸도 머리도 멍한 시기여서 휴가 온 것처럼 쉬는 것과는 다른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조리원에 들어온 첫날 느낀 두려움은 지금까지의 육아 나날 중 가장 힘든 순간으로 기억된다. 수술 후 내 몸이 힘들어서도 있지만, 그야말로 육아에 대한 어떠한 예행연습 없이 실전으로 바로 투입돼서.


하루에 몇 차례 아기를 방으로 데리고 오는 모자동실 시간이 되면 아기를 보는 행복은 당연히 컸지만, 우는 아기를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늘 있었다. 아기를 어떻게 안아주는 것이 아기에게 편한 자세인지부터 시간이 지나면 되는 것이었지만 우는 아기를 보고 있는 것은 이제 막 엄마가 된 나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하루 2번 모자동실 시간과 중간중간 모유수유를 위해 아기를 데리고 오는 분들은 모유수유를 하다가 힘들면, 아기가 너무 울면 전화하라고 했지만, 엄마의 품에서 우는 아기를 보내는 심정 또한 좋지만은 않았다. 너무 울어서 신생아실 선생님이 와서 그 품에 안겨 눈물을 멈추고 데리고 갈 때의 그 심정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나중에는 우는 아기를 달래주는 그분들께 고마움을 느끼며 아기를 보내게 됐지만.


그때는 우는 아기 달래주고, 배고픈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이 아기 키우는 것의 전부처럼 느껴져서 힘들었지만, 역시 시간은 흐르고, 몸은 회복되간다. 임신과 출산은 물론 프로젝트는 아니다. 내 인생의 한 챕터로 들어와 나와 함께 살아갈 아기와 만나게 해주는 소중한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처음이기에 힘든 그 순간들을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지기도 한다. 다만 프로젝트는 끝이 있지만, 임신과 출산이 지나간 그 자리에 남겨진 육아는 끝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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