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도 잘해야 하는 건가
임신 중에 육아가 시작되면 어떤 점이 힘들지 궁금하지만 그게 참 미리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육아서를 읽어도 보고, 유튜브로 육아 정보도 찾아봤지만, 그런 정보들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미리 구별할 수가 없었다. 조리원에 간 첫날 알게 됐다. 제일 어렵고 당황한 상황은 목이 쉴 것처럼 우는 아기를 안아서 울음을 그치고 안정을 찾게 해주는 것과 모유 수유였다.
조리원에는 모자 동실이라는 게 있다.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돌봐주다가 엄마가 있는 방으로 콜이 온다.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가도 될지 물어보는 콜이다. 아이와 내가 처음으로 둘만 있게 되는 순간, 뭔가 엄청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지만, 막상 초보 엄마와 아기 이렇게 둘만 남았을 때는 두려움으로 방안 공기가 가득 차게 된다. 일단 우는 아기를 길게 돌봐준 적이 없어서 아기를 안는 것부터가 어렵다. 내 품에서 아기 울음이 점점 더 커질 때는 감당이 안돼서 신생아실에 도움 콜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 방으로 달려오신 신생아실 간호사 선생님 품에 안겨서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치는 것을 보게 되면, “내가 네 엄만데”라는 말을 하고 싶게 된다.
아기가 우는 것보다 더 당혹감을 느낀 상황은 모유 수유를 할 때다. 말로만 듣던 모유 수유를 해보니 그 과정이 상상을 초월했다. 조리원에서 모유 수유 전문가 한 분이 방으로 오셔서 실전과 함께 교육을 시켜주신다. 신생아라서 아기도 힘들어하는데 그것도 보기 안쓰럽고 움직이는 아이와 나의 자세를 맞춰서 수유시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거기에 “아기는 힘이 세서 금방 잘할 것 같은데, 엄마만 잘하면 되겠어. 어설퍼 엄마가.”라고 툭 뱉는 조리원 모유 수유 전문가의 말에 울컥했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어떻게 잘하고, 또 모유 수유가 잘한다 못한다, 라는 말을 남에게 들어야 하는 상황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빨리 이걸 잘할 수 있도록 연습하라고 푸시받다니. 모유 수유는 아름다운 일인데, 조리원에서 시작된 그 과정은 생각보다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살면서, 그리고 임신 중에도 엄마에게 물어보지도 않았고, 엄마도 말해주지 않은 모유 수유. 내가 모유를 먹고 자랐는지, 분유를 먹고 자랐는지, 그 사실이 궁금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왠지 그 시절의 엄마들은 모유 수유를 더 많이 선택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나 보다. 아기 생후 한 달 반 정도 모유 수유를 한 뒤, 엄마에게 모유수유를 이제 끊으려고 한다고 말했더니, 엄마도 상황상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단유를 결심하면서 좀 더 길게 모유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어딘가 짠한 마음이 남았었는데, 엄마가 말해준 나의 과거(?) 때문에 오히려 분유로도 건강하게 키우면 되지라고 스스로 위안을 얻었달까.
그래도 모유 수유를 하느냐 마느냐는 엄마의 선택이라고들 하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마음과 사랑으로 아기를 돌보는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 아기와의 애착감 형성은 아기를 돌보는 다른 순간에서도 쌓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