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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obabkim Jun 23. 2022

'자존감' 팔아 '자신감' 얻는 삶 그만.

스펙은 없지만 스토리는 있습니다(0)


  

  우리는(모두는 아니지만) 대체로 어렸을 때부터 어떤 일을 잘하거나 장점으로 불릴만한 것을 가지게 되면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을 보며 비교의식을 가지거나, 혹은 나보다 잘 못하는 사람을 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프로세스를 학습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누군가와 나의 삶을 비교하며 사는 인생을 학습하며 살아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경쟁사회 - 자본주의 시대의 이데올로기라는 거창한 말도 필요 없다. 그냥 K-생존본능의 일부인지 뭔지 대체로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비교의식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양상을 띤다. 예를 들어 나보다  못하는 사람을 보며 우월감을 느낄  사용할만한 속담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겉으로 드러나는 케이스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그냥 재수 없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되니까. 반면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며 비교의식을 가지는 것을 표현하는 은유는 생각보다 많다. 당장 바로 생각나는 속담이 있지 않는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런 속담 말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사촌이 논을 사면   맥락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일단 질투가 앞선다. 그들은 알기나 할까. 앞으로 농지로 등록된 땅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방치해서는  되는 대한민국 법령에 근거 네온사인 가득한 도시 사람 삼촌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골로 강제로 내려와 원하지도 않는 농사를 짓거나 혹은 소작농을 고용해 토지세와 인건비 방어를 위해 온갖 고민과 근심에 빠질 확률이 농후하다는 . 혹시 토지를 사기 위해 약간의 대출을 받았다면... 낮은 확률로  아파하는 사람이 못된 놈이  가능성도 생긴다. 농지가 건축부지로 변경되기까지 편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10년은 걸릴 .. 개소리다.


  습관적인 비교의식은 대체로 낮은 자존감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지 못한 무엇에 대해 박탈감을 느낀다(놀랍게도 형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자기 계발이나 능력 향상의 기준이 나 자신에게 있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하면 당연히 다른 무엇인가를 박탈해야 하는 마치 강철의 연금술사 법칙이라도 적용된 마냥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마법진에 나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주는 '자존감'을 '버릴 제물'로 간주하고, 그 대가로 나를 다른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감'의 요소를 취하려 한다.


  그러니 아주 당연하게도 불행의 신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돈이 아주 많은 부자들 중 공허함에 빠져 헤매는 케이스도 적지 않게 보이고(그런 공허함... 어서 내 마음을 뻥 뚫어ㅈ.. 아 아니다.), 특히 요즘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강요 혹은 스스로가 설정한 커다란 비교의식에 사로잡혀 높은 성적표만을 인생의 목표 삼아 달려온 대한민국 학생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러면 나는 어떠냐고? 그렇다..! 나는 어제도 그제도 비교의식에 사로잡혀 아픈 배를 움켜잡고 가슴으로 펑펑 울며 잠에 들었다. 뻥이고 그냥 조금 질투하다 30초도 안되어서 뻗었다. 나는 스스로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자부하지만 이런 나도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거나 감당 못할 시련이 닥치면 세로토닌 친구들이 클럽파티를 열기도 하는 것처럼 남의 인생을 신나게 부러워하고 탐한다. 사실 얼마 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스타트업 회사가 큰 실패를 겪으며 와해되는 일을 겪었다. 현재도 그 일을 추스르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샤워 후 이불 위에 누워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왼쪽 눈물샘이 수도꼭지를 열려고 애쓰는 것만 같다. 평소라면 사람들의 자랑을 듣거나 경사를 들으면 열에 열 번 같이 축하해주고 좋아해 주는 편인데 이런 내가 요즘 인스타 스토리에 있는 사람들의 멋진 장면을 보면 '와 다들 저렇게 멋지고 재밌게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바닥을 기는 것 같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나는 이런 상태에서 브런치 글을 적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첫 글의 제목을 이렇게 지어봤다. "스펙은 없지만 스토리는 있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을 스친 말이었다. 원래는 이런 마음을 제목에 담고 싶었다. '비록 비교의식에 절어 매일 울적함에 사로잡히는 좁밥 인생이지만 어쩌면 나도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특별한 경험을 하며 사는 소중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라는 마음 말이다. 길어서 타이틀로 쓸 수도 없고 무엇보다 임팩트가 없어서 어그로가 안 끌린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은유적인 표현 살짝 섞어서 타이틀로 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떠오른 말이 바로 "스펙은 없지만 스토리는 있습니다."라는 타이틀이다.


  내가 위에 언급한 스펙 단순히 자격증이나 직무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하는 '자존감' 갈아서 만든 쓸데없는 비교의식  허세 묻은 자신감의 요소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찌 되었던 나는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그러한 스펙을 과감히 버리고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인생, 나라는 스토리를 진솔하게 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나라는 사람도 전달할  있는 독특하고 재밌는 인생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하는 약간의 기대를 품으며.


p.s.

  그만 찌질하기로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찌질하게 굴자면 브런치에 발행된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가장 먼저, 그리고 지배적으로 들었던 한 가지 생각은 '참 프로페셔널하고 맛깔나게 글 잘 쓴다'라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정보를 원하는 대로 마음껏 브런치에 옮겨 담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컴퓨터 앞에서 무슨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일종의 부러움과 좌절감이 적절히 섞인 부절감(?) 또 못 참고 금세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도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뭐가 대단히 있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우주에 유일무이한 나만의 경험을 아름답게 해석해보고 싶기 때문에. 연예인이 되기 위해(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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