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자리로
새벽에 울리는 시계소리에 잠을 깬다.
3시 40분.
아직 세상은 어둠 속에서 제 숨을 조심스레 고르고 있는 시각.
나는 이 시간에 맞춰 눈을 뜬다.
자명종이 울리기 조금 전,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사순절이 시작되면 늘 그렇다.
잠결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가
조용히, 조심스럽게 하루를 시작한다.
기도하러 간다.
하지만 그 사이, 5시 기도회까지의 1시간 20분은
나에게 있어 하루의 가장 깊은 시간이다.
세상과 나 사이의 불필요한 연결선이 다 끊긴 시간.
누구도 나를 찾지 않고,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
교회까지는 차로 20여 분 걸린다.
엔진 시동을 걸고 라디오를 틀면
CBS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가 새벽 어둠을 가른다.
차창 너머로 스치듯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
비질하듯 퍼지는 라디오 속 음성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맑게 쓸어준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불려지는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든,
혹은 오르간 반주에 실린 다윗의 시편이든,
그날 아침의 찬송은 어김없이
내 마음 가장 안쪽 문을 조용히 두드린다.
기도는 꼭 말이 되어야만 기도는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가만히 운전대를 잡고 찬송을 듣는 그 시간도,
나는 하나님께 나를 데려가는 길 위에 있다.
말없이, 그러나 단단히.
사순절 새벽길은
조금 춥고, 조금 졸리고,
조금 고단하지만,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그 새벽에,
나는 나를 가장 깊이 들여다보고,
하나님 앞에서 가장 나다운 나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