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학생들의 피아노 수업 시간
Beethoven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étique”
: 1.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를 치고 있는 친구가 있다.
베토벤 비창 소나타는 느리고 비장한 서주가 붙어 있는 베토벤이 직접 부제를 붙인 몇 안 되는 소나타 중 하나이다. 심오하고 열정적인 서주 후 급속도로 빨라지는 음악적 특징이 있다.
사실 비창 1악장은 취미로 레슨을 하고 싶은 곡은 아니다. 느린 부분은 음악적 표현이 풍부해야 하고, 빠른 악장은 반복적인 왼손이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으면 한 곡을 완주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 곡이기 때문이다. 또한 열정적인 음악의 특성상 감정적으로 오버될 수 있는 염려가 있기 때문에 꼭 정말 하고 싶은 친구들만 곡을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베토벤 음악은 매일 꾸준한 연습 과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치기 매우 어려운 곡이다.
나 또한 요즘은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고 있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잘 쳐낼 자신이 없다. (・_・ヾ)
어느 음악가의 음악이던 마찬가지지만 베토벤은 특히나 차곡차곡 꾸준하게 노력과 시간이 쌓여야 하는, 결코 게으른 자는 칠 수 없는, 수 만 번의 반복이 중요한, 여러모로 탄탄해야 하는 음악이다. (ง •̀_•́)ง
특히 이 ‘비창’ 피아노 소나타는 세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 악장 모두 유명하고 많은 곳에서 들려온다. 당시에 베토벤의 명성을 한 층 더 올린 곡으로 유명하다. 그 시대의 피아니스트들이 앞다투어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악보를 차지하려고 했다고 한다.
*악장 : 하나의 곡 안에 완결성을 가진 독립적인 형태의 곡. (소나타,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에 있다)
이 친구는 비창을 하고 싶어 피아노 수업을 시작했다. 성격이 다소 급한 이 친구에게 비창은 불을 붙이는 경향이 될 수 있어 차분한 곡들을 위주로 건반에 손이 가라앉는 시간을 가진 뒤 비창을 시작했다. 꽤나 열심히 하고 있어 생각보다 아주 즐겁게 수업이 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수업 때, 한 군데 수정을 보고 있었다. 8분 음표가 양손이 연속적으로 진행이 되는 부분인데, 오른손은 앞에 반 박자를 쉬고 바로 빠르게 흘러가는 부분이다. 그 부분은 엉덩이를 톡! 쳤을 때 가볍게 훅! 달려갈 수 있는 상태로 무겁지 않고 *프레이즈의 흐름 안에 속해 있는 것처럼 스무스하게, 그리고 재빨리 합류해야 하는 부분이다. 마치 차선 변경 후 뒷 차에 방해가 안되도록 재빠르게 속도가 나야 한다. (。・_・。) 이 부분을 충분히 연습을 한 뒤, 그 부분의 앞부분부터 시작을 해보았다. 연습한 구간과 앞전부터의 흐름이 잘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연습이다. 그리고 지금 이 친구의 목표되는 목적지는 방금 연습한 그 구간이다. 앞에서부터 연주하다가 지금 연습한 부분을 가볍게 톡!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지금 우리의 과제이다.
*Phrase 프레이즈 : 구절, / **악구를 나누다. (음악작품 ㅣ **악구: 음악 형식에서 종지를 가지는 최소 단위)
사람의 심리란 참 재미있다. ^_^
사실 우리의 목표는 비창 1악장의 완곡이지만, 지금 우리가 몰입했던 이 작은 한 부분이 전부가 되는 순간이다. 방금 연습을 마친 구간 전 부분은 조금 전만 해도 잘 쳐내던 구간이다. 따로 지금 연습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러나! 뒤에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한가득인 구간을 앞두고 이 친구는 온통 신경이 뒤쪽에만 가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얘 왜 이래”
가 된다. 엉망진창이었다. 뭐 하는 거지? 싶을 정도로 전혀 알 수 없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시 차분히 치고 가자~라고 얘기해도 방금 연습 열심히 한 뒷부분을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앞에 쳐내야 하는 구간은 버려버린다. (^~^;) ゞ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매우 당황스러울 정도여서 정말 크게 빵 터져 웃어버렸다 ^^)
이러한 일들은 매우 많은 학생들에게서 나온다.
한 군데를 열심히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게 되면 그 외에 부분은 머릿속에서 일단 잠시 없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부터이다. “여기서부터”이다. 아무리 뒤를 연습했어도 우리는 지금 하는 여기서부터 잘 해내야 한다.
“지금”을 버리지 않는 게 좋다. 너무 간절한 그 순간을 위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복잡한 내 머릿속을 한 가지로만 가득 채워 넣으면 잘 보이던 것도 보이지 않고, 잘 되던 것도 되지 않고, 잘 알던 것도 잊어버리게 되는 신기한 우리들의 머릿속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정말 그러한 순간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 그렇지만 자꾸 노력해야 한다. 머릿속을 비우고, 결과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그 한 부분만을 위해 연습한 것이 아니다. 하나의 곡 안에 앞 뒤로 서로 사이좋게, 자연스럽게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부분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 한 부분만을 잘 해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충분히 잘 연습이 되었다 생각이 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전체적인 맥락을 잘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잘 이끌어 갈 수 있게 연습이 된 부분을 잘 끼워줘야 한다.
https://youtube.com/watch?v=a8XYrNrlBj4&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