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장기 거주자의 푸념
또 떠난다. 자꾸 간다.
"엄마, 왜 나랑 친한 사람들은 다 떠나? 이상해."
아니다. 우리가 이상한 거다. 호치민이라는 이 낯선 도시에서 너무 오래 살고 있다. 보통 베트남에 오는 한국인들 대부분은 3년에서 5년이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렇다. 회사 주재원으로 나오는 기간이 그 정도이기도 하고,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이곳이 녹록지 않음을 온몸으로 두드려 맞으며 경험하고는 두 손 들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 가족처럼 끝없이 '버티고'를 외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곧 한국으로 떠나는 지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허전하다. 떠나면서 이것저것 챙겨줘서 양손은 무거운데, 마음은 참 허하다. "우리 계속 만날 거잖아요." 말처럼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에 더 서운하다. 베트남 살이가 길어질수록 새로운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못하는?) 나로서는 마음 터놓고 지내던 몇 안 되는 지인이 떠나는 일이 아쉽다.
이민 제도도 없이 2년마다 비자를 받아서 지내야 하는 나라. 아무리 오래 살아도 혜택 같은 건 없는 빡빡한 나라.
내가 베트남에서 이렇게 오래 살고 있을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앞으로 언제까지 베트남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 여행 비자가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해도(무비자 30일, E-visa 90일이다), 사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합법적으로 거주증을 받아야 하고(2년 거주증을 신청할 때마다 꽤 많은 돈이 소요된다), 앞으로 정부 정책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를 일이다. 내년에는 여권도 갱신해야 한다. 10년짜리 여권을 벌써 두 번이나 베트남에서 갱신하게 되었으니, 놀라운 일이다.
지인이 떠날 때마다 나의 호치민 생활을 돌아본다.
떠나는 이에게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고, 눈에서 멀어져도 잘 연락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여전히 곁에 함께 남아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낀다.
그렇게 2024년에도 이별을 시작했다.
난 슬프지 않다. 정말...
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