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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 percent Jan 30. 2024

보호자님께, 인턴드림

사실 병원에서 환자가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의사는 인턴이다.

매일매일 드레싱을 하고, 또 프리라운딩을 돌기도 하기 때문에 하루에 두번씩 드레싱을 하는 환자분들은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도 어? 그 선생님이다. 하면서 반겨주시곤 한다.


그러다보니 미운정이든 고운정이든 들기 마련인데 항상 지친 표정인 인턴들에게 보호자분들은 먹을 것을 많이 쥐어주신다.

포도주스부터해서 페레로로쉐, 천하장사 소세지, 단팥빵 등등 주시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때로는 도저히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하루종일 굶다가 보호자 분이 주시는 간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기도 한다. 그럴 때는 예의상의 거절도 못하고 눈에서 하트를 발사하며 감사히 받아먹는다.


그리고 흔치 않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하나 있다.

바로 편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재입원한 분인데, 간호사 선생님을 통해서 편지를 전달받았다.

더 이상 그 병동에 있지도 않은 한달 전의 인턴을 기억해서 편지를 써주시다니.

메마른 마음에 빗물이 내리는 듯 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드린 답편지를 이 곳에 일부 옮겨 적는다.


.


보호자님께


퇴원하는 환자분들께 항상 해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아쉽지만 저희 최대한 오래 보지 맙시다."라고.


한달간 많은 분들을 살피고 보내드렸지만 유독 정이 갔던 분들과 작별하는 것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하물며 가족을 보내는 보호자님의 마음은 어떨까요.


주신 편지의 말씀처럼 어쩌면 많은 시간이 흘러 제가 환자분과 보호자분을 잊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흘러 보호자님도 지나간 인턴을 기억하지 못하실지도요. 하지만 보내주신 온기와 응원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잔뜩 긴장해있던 저를 항상 따뜻하게 반겨주시던 보호자님이 계셔서 저는 그 병실을 들어가는 때가 기다려지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제가 더.


부디 보호자님이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그리고 그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인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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