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 percent Jan 09. 2024

내 인생은 어디로, 또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인턴 시험 -2

무언가를 선택할 때 나는 항상 고통에 몸부림친다.

하물며 그것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결정이라면 고통의 강도는 세진다.


머리가 아프다.

대학입시 때에도 생각했던 건데,

사람들은 본인이 뭘하고 싶은지 다들 알면서 앞으로들 가는걸까?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성큼성큼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걸 몇달만에 정할 수가 있는 거였나.


어느 대학, 어느 과를 갈지는 그리 어려운 고민이 아니었다.

괜찮은 보람과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는 의사는 사회와 명예를 우선가치로 두는 내 입맛에 꽤 들어맞는 직업군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하지만 이 과 고르기는.. 왜 이리도 어려운지.

도무지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있을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수술을 하고 싶기도 환자들과 병동에서 부대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고민을 하며 머리를 쥐고 있는 나에게

"너는 뭐든 잘할거야!" 라는 고마운 말들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렇게까지 결정을 못하는 걸 보면 사실은 의사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걸까?


과를 정하고 인사를 드리고

또 몇몇과들은 픽스가 된 채로 홀가분하게 공부하고 있는 동기들을 보자면 참 부럽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선택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인지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술을 마시던 동기들이 문득 한두뼘은 더 성장한 어른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혹시 또 사사로운 정에 휩싸여 내게 맞는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놈의 정. 그 놈의 인간관계.

나는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지만 뭐라고 하는 것처럼 눈치를 또 본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이 과를 쓴다고 했다가 저 과를 쓰면 이 과도 저 과도 나를 탐탁치 않게 볼텐데.

그 때 그 식사자리를 갈 것을 그랬다.

양다리 걸쳐놓는 것이 헤어지자고 해놓고 다시 가는 것 보다는 낫지 않아..


내년의 나는 무엇이든 되어있겠지.

빨리 내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고민을 더이상 하고싶지가 않다.


생각이 많은 성격이 이토록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

Doby is freeeee


라고 인사를 드리기 전 고민들을 한바닥 적어놓은 과거의 나를 보면

그 때의 고민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듯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과를 정하고 인사를 드리니

배수진을 쳐놓은 것마냥 마음은 편안해졌다.


인턴 시험 시리즈의 마지막은 과인사(사전면접), 인턴 시험날과 면접으로 이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경야독의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