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은 언제였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내가 살고 있는 곳, 어느 날 새벽 3시 40분경이었다고.
그 시각엔 한창 꿈속을 거닐고 있었을 테니까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으니 그건 첫눈이 아니라 애써 외면했다. 추운 겨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해마다 겨울이 되면 올해 첫눈은 언제쯤일까? 아이 마냥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뭘까?
그렇게 첫눈이 궁금해지던 날, 12월 17일 오후 4시가 넘은 시간 마침내 눈다운 눈이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비로소 내 머리카락에 얼굴에 코 끝에 닿아 간지럽히는 직접 맞아보는 내 나름 인정하는 첫눈이었다.
퇴근길 내리는 눈을 맞으며 꽁꽁 언 손과 발을 코트 속에 잔뜩 웅크린 채로 천천히 조금 더 눈을 맞고 싶어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다.
느린 걸음으로 집에 도착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밖과는 사뭇 다른 공기와 함께 훅하니 온몸에 느껴지는 스르륵 몸을 녹이는 온기와 냄비 속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엄마표 김치찌개. 프라이팬을 차지하고 있는 노릇한 생선구이.
한 겨울에도 별 탈 없이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는 초록 가득한 식물들.
이 모든 것들을 마주할 때면 한 겨울의 시린 한파도 저 멀리 달아나버릴 만큼 가슴 한편에 따스한 기운이 스민다.
피곤했던 하루도 바쁘고 지친 일상에도.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은 늘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아니었을까?
평생 쓰고 남을 만큼의 돈도
넓은 저택 크기의 집도 아니지만
엄마의 맛있는 음식과 음식을 나눌 수 있는 가족들과 종일 얼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여 쉴 수 있는 작지만 아늑한 내 방, 그 공간을 함께하는 초록 식물들.
이것만으로도 쫓기듯 바빴던 하루에 온전하고 충분한 나의 휴식이다.
출근길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오늘 하루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새하얀 눈을 보며 오롯이 두 눈 가득 담아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