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해외여행, 그리고 오랜만에 마음먹고 갔던 8박 10일 동안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프랑스 여행이 끝났다. 장모님은 먼저 니스를 출발하여 파리에서 국제선을 탑승해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고, 나는 아내와 한국으로 들어왔다.
긴 여운이 남았던 평생 잊지 못할 여행, 무엇이 남았을까? 문득 평소 잘 믿지 않지만, 내 사주팔자 풀이를 했던 한 점쟁이의 말이 떠오른다.
"자네는 결혼 후 새 부모님을 얻을 팔자일세."
사실 결혼하고 나서 본가보다는 집에서 처가가 가까워 만나는 일이 많고 대화할 일도 많았기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그래도 완전한 가족이라기 보다 다소 손님 혹은 타인이란 느낌을 받았었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나도 장모님에 대해 한층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됐고, 마찬가지로 장모님도 별서방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어 진짜 가족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물론 아내도 딸이지만 장모님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되어 우리는 조금 더 완전한 가족으로 한 단계 더 발전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토록 가까워지게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 생각에는 많은 '대화의 장(場)'이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분위기 좋은 파리 미슐랭 1스타 맛집,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호텔 야외 식당에서의 깊은 대화 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다른 가족도 이렇게 대화가 많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내 부모님과 같이 있으면 그렇게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 큰아들이다. 또한, 올해 베트남 나트랑 여행에서 휴가철이라서 부모님을 모시고 놀러가는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마주했는데, 식당에서 거의 대화없이 정말 밥만 먹는 가족들도 많았다.
이런 것들을 돌이켜봤을 때, 우리만큼 걸으면서 카페에서 식당에서 숙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가족이 있었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으로 향하는 픽업 택시를 타기 전에 사진과 같이 니스 숙소 테라스에서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사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들의 프랑스 여행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게 현실이 아닌 꿈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온전히 프랑스란 나라의 풍경과 문화를 즐겼으며, '이게 여행이지!'란 해외여행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었다.
비록 한 번의 나름대로 큰 다툼이 있었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과 같이 우리 사이는 더 단단해졌으며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가족이 됐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여행 이후 사위와 장모 사이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 참 이번에 장모님을 모시고 프랑스에 잘 다녀온 것 같다!
누구나 이런 관계가 될 수는 없기에 더 특별했던 여행. 매번 패키지 여행만을 가다가 자식들과 함께 했던 장모님의 첫 자유여행. 사실 한 해가 지날수록 어른들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 나이들어 체력적으로 힘들어지기 前 너무 잘 다녀왔다고 생각하는 이번 여행이다.
브런치북 30개의 에피소드로 풀어내기엔 많았던 우리의 추억, 또 다음번 여행을 기약하며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이야기를 끝맺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