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이유
해외여행의 꽃
맥주(Beer)
참 이상하다. 국내에도 수입 맥주는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왜 외국만 나가면 맥주가 더 맛있는 걸까? 맥주회사에 다니는 지인 曰, '법적 규제에 따른 열처리 과정 때문에 그렇다.'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일까?
특히 동남아 여행을 가면 더위로 인한 갈증 때문에 입에 맥주를 점심부터 저녁까지 입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 여태껏 다녀왔던 동남아 국가들의 시원~~한 그 맥주의 맛이 떠오른다.
필리핀, 산미구엘(San Miguel) / 태국, 창(Chang) / 싱가포르, 티이거(Tiger) / 인도네시아, 빈탕(Bintang) / 인도, 킹피셔(King Fisher) 등 국가와 이름만 나열해도 설레는 그 맥주들의 목 넘김!
그리고 이 목록에 베트남 하노이(Hanoi) 맥주도 있었다. 벌써 10년이나 됐는데, 하노이 여행 당시 남동생과 현지 맥주에 반해 다양한 베트남 맥주를 매 끼니 그리고 카페에 갈 때마다 커피 대신 찾았을 만큼 정말 잊을 수 없는 인생 맥주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제 맥주에 막 눈을 뜬 아내에게도 베트남 맥주의 맛을 알려주기 위해 베트남 남부 대표 맥주 브랜드 사이공 맥주를 포함하여 다양한 로컬 맥주를 구입했다.
나트랑 여행 첫날부터 마트에서 봉지 가득하게 현지 맥주를 사왔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체크인을 하고 냐짱 시내를 한 번 쭉 도보로 돌았는데, 역시 덥고 습한 날씨 때문인지 숙소에 잠시 쉬려고 오자마자 맥주캔을 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짝 숙소 냉동실에 살짝 얼려놓은 사이공 맥주를 바로 들이켰다.
"그런데,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뭔가 잘못됐다. 이번 오전 비행이 유달리 힘들었나? 왜지? 등 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솔직히 맥주가 맛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맛없을까? 내가 한국에서 오로지 소맥 Mix 用으로만 마시는 저가형 국산 맥주보다 별로였다.
처음에는 의심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의심은 확신이 됐다. 매장에서 마시는 베트남 로컬 맥주도 마트에서 구매한 다른 브랜드 로컬 맥주도 다 아니올시다였다.
하노이에서는 아무런 로컬 맥주만 마셔도 그 맛이 일품이었는데, 왜 이런 맛이 느껴졌을까?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현지 맥주의 맛이 변한 걸까?
이번 베트남 나트랑 여행은 변수가 아닌 당연히 상수라고 생각했던 로컬 맥주에게 마저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한 끗도 아니고 두 혹은 세 끗이 아쉬웠던 맛.
그렇다면 하노이에서는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 베트남 여행이 처음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특유의 베트남 스러운 로컬 분위기 사는 곳을 배낭 하나 메고 돌아다녔기에 더 맛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쌀국수도 베트남 북부식/남부식의 차이가 있듯 맥주도 북부와 남부로 나뉘어 차이가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나는 베트남 남부 지역과는 입맛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쌀국수도 맛있기는 했지만, 북부식 특유의 여러 가지 맛이 섞이지 않은 소박하고 직관적인 하노이 쌀국수가 더 맛있었으니 말이다.
자꾸 비교를 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는 하노이와 나트랑이다. 내가 너무 냐짱이란 도시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일까? 기대가 커서 그런지 좋았던 점보다 아쉬운 점이 많았던 나트랑 여행.
그래도 베트남에서 맥주를 마시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지 베트남 맥주 로컬 브랜드 말고, 위 사진처럼 베트남 기준 수입 맥주가 훨씬 맛있었다. 특히 생맥주 맛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캔맥주도 로컬 맥주 고른 것마다 실패를 해서 막판에는 아예 하이네켄이나 타이거 맥주만을 마셨던 걸로 기억난다.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다. 또 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베트남 남부 지역에 또 가게 되면 현지 로컬 맥주는 아예 배제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수입맥주만을 먹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