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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나트랑이나 신축 상가는 어딜 가나 공실이구나!

열세 번째 이유

by 포그니pogni


빈펄 하버
(Vinpearl Harbour)


2024년 1월 26일, 아이들과 함께 베트남 나트랑 여행을 온 관광객이라면 꼭 들르는 필수 코스인 테마파크 '빈원더스' 가는 길목에 유럽풍 Street형 복합 쇼핑거리 '빈펄 하버'가 개장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냐짱 여행의 완벽한 조각'이 될 것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우리는 이번에 빈펄섬에 위치한 Vinpearl Luxury 리조트에서 2박을 투숙하며, 스피드 보트 혹은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체크아웃할 때까지 시내는 나가지 않기로 했다. 시내까지 은근히 먼 거리 때문이란 이유도 있었지만, 유럽풍 복합 쇼핑거리인 빈펄 하버에 큰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스피드 보트를 타고 빈펄섬에 입성할 때, 이곳을 거쳐서 지나가는데, 첫인상은 꽤 좋았다. 쇼핑을 좋아하고 유럽 거리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로서는 체크인하고 수영장을 뒤로하고 여기에 먼저 오고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빈펄섬 숙소에 머무르는 투숙객은 각 리조트 혹은 호텔 별 카트를 타면 무료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기에 이동하는 것도 편리한 편.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뭔가 갖춰지긴 했는데 공실도 많고 다양성도 없고 매우 아쉬운 곳이 빈펄 하버였다. 테마파크인 빈원더스와 쇼핑 거리가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고 기획했을 텐데, 굳이 빈원더스를 가는 관광객이 들를만한 메리트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단, 야경은 그럭저럭 꽤 볼만했다.



빈펄 하버에는 두 가지 형태의 쇼핑몰이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아울렛과 같은 이곳의 일반적인 스트리트형 야외 쇼핑몰,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하버 마켓(Harbour Market)이란 실내 쇼핑몰이었다.


"이국적이긴 한데, 뭔가 수상하지 않아?"


숙소에서 이동 셔틀을 타고 하버 정거장에서 하차한 다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 내려오면 카트(Cart) 레이싱 경기장이 보인다. 오후 12시 즈음이었는데,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만, 밤에는 운영하고 있는 걸로 보아 운영이 멈춘 것은 아닌 걸로 판명됐다.


아무튼 카트 레이싱 경기장에서 빈펄 하버 중심부까지 은근히 긴 거리(약 10분 정도)를 걸어서 내려와야 하는데, 그 사이에 입점한 상점이 거의 없는 것이 이상했다.


우리는 유럽풍 건물을 좋아해서 좋긴 했는데, 유럽의 어느 광장과 같은 활기찬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중심부 근처에 가니 노점상도 보이고 노래가 들려온다. 그리고 '하버 마켓(Harbour Market)'이란 글자가 보이길래 실내 쇼핑몰이구나 싶어 들어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쇼핑몰이라고 하기엔 갖춰진 구색이 형편없었다. 마치 우리나라 신도시에 형성된 빈 공실 가득한 어느 상가촌을 보는 것 같았다. 임대료 때문인지 당연히 시내보단 가격이 더 비쌌고, 여름휴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푸드코트에는 사람이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리조트에는 없는 슈퍼가 있어 굳이 나트랑 시내 롯데마트에서 무겁게 먹거리를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과 카페가 있다는 것 말고는 역시 내부에는 짝퉁과 라탄 등 뻔한 시내보다 비싼 베트남 나트랑 여행 기념품 상점뿐이었다.


혹시 놓친 것이 있을까 싶어 나중에 밤에 다시 한번 더 돌아봤는데,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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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빈펄 하버의 일반적인 야외 스트리트형 쇼핑 거리는 어떨까? 정답은 실내 쇼핑몰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상가 공실율도 높았고, 짝퉁 상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ㅋ일반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당 등 다양한 상점이 뒤섞여 있었다. 미니소나 스케쳐스 등 짝퉁 아닌 진퉁을 판매하는 매장이 눈에 띄었으나, 역시 이곳을 점령한 것은 짝퉁. 매장에 들어가 보니 시내와는 다른 특 A급 짝퉁을 판매한다고 소개하는 곳이 많았다.


아울러 빈펄섬에서 휴양을 즐기는 러시아인들도 많기에 그들을 타깃으로 만든 러시아 관광객 대상 전문 상점이 은근히 있었던 것이 조금 색달랐다.


그리고 수많은 식당들도 눈에 띄었는데,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하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저렇게 넓은 야외석에 점심시간에 단 1명에 손님도 식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빈펄 하버의 현실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밤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는데, 낮에 점심시간 피크 타임에 이렇게 관광지 식당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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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석 같은 곳이 하나 있었는데, 여긴 랑팜 스토어(Langfarm Store) 빈펄점이다. 차(茶), 젤리와 같은 간식 등 다양한 먹거리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포장부터 싸구려 티가 팍팍 났던 나트랑 담시장 제품을 보다가 이곳의 포장을 보니 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가격은 롯데마트나 담시장보다 당연히 비싸지만, 포장이 예쁘게 되어 있고 지인들 그리고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선물 받은 지인이 이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물건 퀄리티도 상당히 좋았던 편.



베트남 나트랑 여행 그리고 쇼핑을 이대로 끝내기는 싫어 밤에 다시 빈펄 하버를 찾았다. 밤이 찾아오니 건물 조명이 너무 예뻐 야경 하나만큼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동남아 국가라서 그런지 낮보다는 밤에 오니 훨씬 활기찬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낮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투자 규모 대비했을 때, 실제 방문한 여행객 숫자는 상당이 적지 않을까란 것이 내 생각이다. 마치 춘천에 뜬금없이 건설된 레고랜드 코리아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리조트에서 호캉스 하면서 쉬기에는 좋았던 베트남 나트랑 여행이다. 그렇지만, 이번 챕터와 같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모습만 화려했지 내실은 없는 요소들이 수두룩했던 도시 냐짱.


유럽풍 스트리트 초대형 상가라길래 기대했건만, 오히려 높은 공실율과 적은 관광객으로 인해 아쉬움만 배가 됐던 빈펄 하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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