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이유
여러분, 커피 좋아하시나요? 커피 없이 못 사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뭔가 찝찝한 기분.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제 커피는 너무나도 당연한 존재가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트남은 커피로 유명하기에 그 맛을 기대하고 방문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여행 다녀온 지인들의 선물도 대부분 커피니까 말이죠.
대표적인 베트남 커피 프랜차이즈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국내까지 진출한 '콩카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도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트랑
CCCP 커피
그런데, 저희 부부는 콩카페는 국내에서 가볼 수도 있으니 베트남 나트랑에서 꽤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인 'CCCP커피'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몇 개 지점이 있는데, 짝퉁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고 0.5박 숙소로 잘 알려진 버고 호텔과 가까운 냐짱 시내 지점을 방문했습니다.
잠시 CCCP커피를 소개해볼게요. 여기서 'CCCP는 구 소련'을 뜻하는 러시아어 약자입니다. 제가 구 소련 동전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도 똑같이 CCCP라고 쓰여 있어요.
이와 연결하여 카페는 밀리터리 콘셉트로 꾸며져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종류는 달달한 코코넛 연유커피입니다.
그런데,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한국 관광객들로 꽉 차서 깜짝 놀랐는데요. 분위기는 그야말로 중국인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시끄러웠던 도떼기시장 분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아, 들어가야 하나?
나트랑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딜 가나 한국 관광객들이 많은 것은 충분히 감안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령 애들이 울고불고 난리 치는데, 전혀 제지를 하지 않는 부모들도 많고 목소리 큰 어르신도 많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갈만한 곳도 없어 일단 자리를 잡고 커피 주문을 했습니다. 그래도 맛이라도 있으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은 것일까요? 이렇게 정신없어도 친절했던 직원들과는 별개로 뭔가 제 입맛에는 밋밋했던 코코넛 연유커피였고요. 그리고 아내가 주문한 라떼도 영 별로였습니다.
'여기가 도대체 왜 나트랑 여행 필수 코스지?'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트남 커피 기대하고 방문하는 분들은 무지 실망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 않았던 카페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베트남 커피 프랜차이즈 상황은 어땠을까요? CCCP커피에서 엄청 실망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나트랑 프랜차이즈 카페를 소개드리고 오늘 이야기를 끝맺음하겠습니다.
먼저 코코빈(CocoBean)입니다. 빈펄 하버의 하버 마켓 지점에 방문했고요. 소금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하버에 있는 매장이라서 그런지 임대료 때문에 커피 가격은 시내보다 다소 비싼 느낌이었지만, 이곳 소금 커피는 꽤 별미였습니다.
특히 베트남 커피 원두의 진한 향기와 소금의 조합이 상당히 이국적이고 마실수록 중독됐는데요. 물론 한국에도 소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있지만, 조금 더 풍미가 좋았습니다.
다음은 나트랑 시내 쇼핑몰 AB센트럴 1층에 있는 더커피하우스(The Coffee House)입니다. 본래 당이 들어간 커피는 잘 안 마시는데,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하여 자꾸 당이 들어간 커피가 당기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의 스페셜 메뉴인 아보카도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아보카도 자체에 단맛이 없다 보니, 첫 느낌은 이게 무슨 맛인가 싶었죠.
그렇지만, 이내 커피와 아보카도가 섞이면서 무척 부드러운 목 넘김과 너무 달지 않은 게 완전 제 입맛에 딱이었습니다. 마실수록 묘하게 당기는 맛이 재밌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제 입맛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최고였습니다. 다른 카페에서 마셨던 커피들이 CCCP는 별로였고, 나머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는 것이지 막 엄청 맛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토 한 모금 마시니 온갖 묵은 체증이 쓱 밑으로 내려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죠.
이미 냐짱에 다녀왔던 분들은 나트랑 여행에서 방문했던 베트남 커피 프랜차이즈, 만족스러우셨나요? 글쎄요, 제 생각에 이 도시에서는 베트남 여행을 반드시 와야 경험할 수 있는 맛과 분위기는 단언컨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내려놓으면 만족도가 달라질까요? 그건 여러분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