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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개와 고양이의 천국, 조지아

알쓸신잡, 조지아

by 포그니pogni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지향하는
조지아의 독특한 문화


비행기가 트빌리시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택시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대형견 여러 마리가 공항 밖을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도시,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나 조지아 여행을 하면 쉽게 길거리 견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큰 개들이 어쩜 그렇게 온순하던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나중에는 길거리에서 큰 개를 만나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였죠.


한편 길거리 위에서는 고양이보다 개가 압도적으로 그 숫자가 많지만, 그래도 고양이 역시 심심치 않게 길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히 고양이의 경우, 카페나 식당 야외석에 앉아 있으면 조용하게 쓱~ 옆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런데, 어찌나 길냥이들이 사교성이 좋던지 아빠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길거리에 개와 고양이가 많은 이유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지향하는 문화와 제도'때문에 그렇습니다. 특히 떠돌이 개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쪽 귀에 칩 혹은 표식이 있는데요. 이는 중성화 수술 이후 정부에서 관리 중이란 표시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조지아의 개들이 덩치는 크지만, 성격은 온순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실제로도 온순하고요. 그리고 개들이 어찌나 똑똑하던지 사람들과 신호등을 기다렸다가 같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가끔 버스에 올라타는 개들도 있는데, 너무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또한, 조지아 현지인들도 이런 개와 고양이에게 남은 음식을 주는 등 떠돌이라고 굶어 죽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에서도 마찬가지죠.


저도 이제 개를 키워보니 이런 조지아 현지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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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분수대 속으로 뛰어드는 길거리 댕댕이


분수대로 뛰어드는 견공


이제 길거리 개와 고양이로 나눠 이번 조지아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하나씩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수도 트빌리시에서 만난 길거리 견공입니다.


7월 말 조지아 날씨는 한국 이상으로 더위가 맹위를 떨쳤습니다. 트빌리시의 경우, 여행 기간 내내 낮 최고 기온이 36~37도 정도 됐고요. 밤에도 30도 밑으로 잘 내려가지 않더라고요. 특히 쿠타이시란 도시의 경우 42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더운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겠죠? 그나마 습도가 없는 편이라 낮에 길거리 견공들은 대개 건물 아래 그늘에서 헥헥거리면서 뻗어있는 걸 쉽사리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야경을 보기 위해 해질 무렵 방문한 트빌리시 리케(Rike) 공원에서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정말 미친 듯이 더웠는지 참다 참다못한 길거리 견공이 분수대로 뛰어들더라고요....!


저렇게 덩치 큰 개가 덥다고 분수대로 뛰어드는 것이 어찌나 재밌던지요. 그런데, 표정이 더 재밌었습니다.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 근. 진' 그 자체였죠. 더위가 좀 가셨는지 유유자적 공원을 우아한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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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타이시 숙소 City Point에서 만난 고양이


너, 왜 이렇게 끼 부리니?


다음은 조지아의 '경주'와 같은 도시 지위를 갖고 있는 쿠타이시로 가보겠습니다. 쿠타이시 중심지 콜키스 분수와 가까운 City Point란 숙소에서 머물렀는데요. 숙소로 들어오면 공용으로 쉴 수 있는 야외 좌석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체크인을 했던 순간부터 체크아웃을 하는 순간까지 제가 이 자리에 앉는 순간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달려들어 제 옆자리에 저렇게 자리를 잡고 앉더라고요. 놀라운 것은 주인이 키우는 고양이가 아닌 길거리 고양이였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하는지 궁금했는데, 유달리 제가 앉아 있으면 쏜살같이 달려와 마치 강아지가 애교 부리는 것처럼 애교를 부리더라고요. 애고 많은 길거리 고양이 덕분에 3박 동안 머물렀던 숙소 생활이 심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제가 동물을 안 좋아해서 이런 길거리 개와 고양이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을 것이고 호감도 안 생겼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험마저도 조지아 여행에 대한 소중한 추억의 한 조각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다시 생각해 봐도 흐뭇한 조지아에서의 삶이었습니다. 우리도 동물에 대해서 조금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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