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조지아
조지아는 구소련 국가라
러시아어를 사용해야 할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구소련 국가였던 카자흐스탄에 1년 정도 살았는데, 카자흐어보다는 러시아어가 훨씬 잘 통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영어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 밖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조지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들렀던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록 조지아어가 공식 언어지만, 카자흐스탄에서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당연히 영어보다는 러시아어가 더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렇지만, 영어만 사용할 줄 알아도 여행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여전히 경제적으로는 저렴한 천연가스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러시아에 사실상 종속된 상태지만, 여전히 조지아 정부 그리고 사람들은 민족적 자부심이 강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2008년 먼저 전쟁을 일으켜 분쟁 지역인 남오세티아·압하지아 지역을 탈환하려고 했고, 전쟁에서 졌더라도 여전히 조지아는 완전한 탈 러시아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명을 러시아식 발음인 그루지야에서 영어식 발음인 조지아로 바꿨고요. 조지아어와 함께 영어를 전국 어딜 가나 함께 병기하여 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살았던 카자흐스탄 로컬 식당을 가면 영어를 찾아보기 힘들었죠. 그렇지만, 조지아는 웬만한 식당 및 카페에서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일례로 도로 표지판만 봐도 우리나라처럼 자국어와 함께 영어를 표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어 알파벳인 '키릴문자'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재밌는 사실은 현재 조지아 젊은이들은 러시아어보다 영어를 더 유창하게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소련 시절 공용어였던 러시아어 대신 조지아어를 배우고 제2외국어로 영어를 습득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조지아어는 우리나라처럼 딱 조지아에서만 사용하는 지라 많은 현지 젊은이들이 웬만큼 영어는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위 내용은 카즈베기 소규모 그룹 투어 당시 러시아어와 영어 모두 유창하게 사용했던 현지인 가이드 Koba에게 물어보고 들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또 재밌는 점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소련 시대를 살았기에 조지아어보다 러시아어가 더 편하다고 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직후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한편, 조지아어는 문자부터 엄청 읽기 힘듭니다. 마치 아랍어나 태국어처럼 글자가 다 비슷하게 생겼는데요. 그래도 백화점을 가든 어디를 가든 매장 간판이 조지아어로 되어 있더라도 영어와 병기된 곳이 많아 쉽게 브랜드 등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시내뿐만 아닙니다. 조지아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트레킹'이죠. 트레킹 하면서 표지판이 영어로 표기되어 있지 않으면 어쩌나란 걱정도 사실 했었는데요. 그렇지만, 위 사진과 같이 트레킹 코스 표지판에도 조지아어와 영어가 병행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카자흐스탄에 있었을 때는 영어를 못해도 러시아어로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했는데요. 그래도 대체적으로 영어가 잘 통하는 편이었습니다. 오히려 프랑스와 같은 서유럽보다 더 영어가 잘 통해 답답함은 덜했습니다.
그렇지만, 앞선 문단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영어를 거의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러시아어가 더 편한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 때는 간단히 구글 음성 번역을 사용하여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나이가 있더라도 관광객 대상으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새삼 의사소통을 잘하더라고요.
오늘 이야기까지가 '알쓸신잡, 조지아'였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이번에 조지아 여행을 하면서 방문했던 도시들의 주요 장면을 소개하며 조지아의 매력에 대해 여러분께 전달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