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만 1,975일째 #2 : 매일 무급으로 최소 1시간 일하기
D-1,975
첫 출근이다.
시간을 Rewind 하여 첫 출근일로 돌아가 본다. 1월 1일 신정 및 주말이 낀 연휴 기간이라 나의 첫 출근일은 1월 4일이 되었다. 12월 중순 AB산업 합격 통지를 받고, 나는 서울에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상도에 자취방을 구했다. 특히 문과생에게 가혹했던 취업난에 취업을 했던지라 얼마나 많은 기업에 서류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AB산업도 사실 서울사무소가 본사인 줄 알고 썼다가 덜컥 붙어버렸다. 카자흐스탄에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장학금 지원을 받아 살았던 것을 보면, 나는 낯선 곳에서의 이방인과 같은 삶을 정말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서울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게 내 운명인가 싶었다. 하지만, 기분이 묘해지는 이메일을 출근 전에 인사팀으로부터 받았다.
7시까지 ㅇㅇ역으로 오세요.
AB산업 본사와 공장은 ㅇㅇ시 외곽에 있는지라 내가 살고 있는 도심 지역에서 회사까지 가려면 통근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입사원 用 통근 버스를 별도로 운영했고 매일 아침 7시까지 거점이 되는 ㅇㅇ역으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분명히 8시부터 업무 시작이기 때문에 8시까지 출근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건 문자 그대로 업무 시작 시간이었을 뿐. 현실 정시 출근은 7시 30분까지였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무엇을 하냐고?
① 7시 30분 : 사무실 청소 실시 (회사 전통)
② 7시 40분 : 팀 조회 실시 (업무 점검을 빙자한 마녀사냥의 場)
청소와 조회를 하기 위해서 30분 일찍 와야 하고, 7시 반 이후에 도착해서 눈에 띄면 그날은 아침부터 Hell Gate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1년에 한두 번 알람을 못 듣고 늦게 일어났다면, 택시를 잡고 4~5만 원을 주고 무조건 29분까지는 시간을 맞춰달라고 해야 했다. 그리고 청소가 끝나고 이어서 열리는 아침 조회는 마치 군대의 아침 점호를 연상시켰다. 이 시간은 우리 팀 엄석대의 기분에 따라 업무 점검을 빙자하여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팀원 마녀사냥을 시작하기도 했다. 마녀사냥의 당사자가 내가 되는 날은 정말 끔찍했다. 아침 청소와 조회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자세히 설(說)을 풀어보도록 한다.
사무직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 30분까지입니다.
(= 정시 퇴근 = 5시 30분)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무직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 30분까지 총 1.5시간이다. 사유는 사무직/생산직 점심시간이 겹쳐 식당 대기줄 정체를 줄여보고자 1.5시간으로 늘린 것이다. 따라서 사무직은 12시 30분부터 식사를 할 수 있고, 12시부터 30분가량 시간이 남는다. 그러면 그 30분 동안 뭘 하냐고? 당연히 일한다! 물론 어느 정도 짬밥을 먹고, 매일 퇴사가 간절했던 순간에는 12시 땡 하면 나는 배 째고 놀았다. 하지만 사무직 태반 이상이 그냥 30분을 공짜로 일하고 있다. 이것의 의미는 30분 이른 출근시간과 합친다면, 난 퇴사할 때까지 매일 1시간을 공짜로 노동을 했던 것이다. 주 52시간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저녁 8시 이전에 퇴근했던 경우가 거의 없어서 저 정도 시간은 그냥 묻혔지만, 생각해보니 억울한 면이 있다.
8,720원('21년 최저시급) × 260일 = 2,267,200원
그렇다, 올해 최저 시급을 대입하고 연평균 근무일수를 대략적으로 집어넣어보면 최소 매년 227만 원씩 회사에 도둑맞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AB산업 시급직(현장직)의 시간당 임금은 입사할 때부터 이것보다는 훨씬 높았다. 최소 227만 원이란 것이다. 실제 시급직 임금을 대입하면 연간 300만 원은 넘을듯하다. 지금 다니는 CD산업은 어떻냐고? 7시 45분 즈음 도착해 이날의 업무 점검과 커피 한 잔을 하고 정확히 8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그리고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까지 1시간인데, 정말 바쁘지 않은 이상 공짜 노동은 하지 않고 있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정시 출근 시간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나의 삶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