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소파에 앉아 있던 아들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틀림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이다.
후다닥 아들에게 달려가
빵빵 히 부픈
입 앞에 양 손바닥을 가지런히 모아 갖다 된다.
기다렸다는 듯
아들의 입에서 주르륵주르륵...
양손 가득히 차오른다.
양손 가득 넘치기 직전 가까스로 멈춘다.
괜찮다.
다행이다.
넘치지 않아 다행이다.
괴로워 보이던
아들의 얼굴이 한결 편해 보인다.
정말 다행이다.
살면서
불편한 거 언짢은 거 투성이다.
사랑하면
괜찮나 보다.
사랑하면 괜찮고,
다행스러운 일이 되나 보다.
그런데,
사랑하며 사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고 하나보다.
불가항력...
빠져버렸으니 어쩌란 말이냐.
빠진 사람 눈에는
그저 괜찮고 다행스러운 일.
바보 같지만 그립다.
그렇게 빠져서
살았던 그때.
뭐든지 괜찮고 다행이었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