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다.
더 이상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
2년마다 집주인이 선심 쓰듯
말하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너의 처지를 생각해 조금만 올렸다는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는 그렇게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지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모멸감에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아쉬운 소리를 하게 만든다.
물건은
물욕은 때론 강력한 에너지원이 된다.
광고에도 나오지 않는가...
성공한 사람의 상징 그랜져...
성공한 커리어우먼보다
래미안을 가진 엄마가
더 성공한 것처럼 비치는 아파트 광고.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갖게 된....
정확하게 표현하면
나의 부모가
허리띠를 졸라매서 장만한
19평. 방 2개. 거실이 있는 주공아파트.
내 방으로 명명된 그곳에
처음으로 가진 내 침대.
무엇보다 2년마다
전세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2년마다 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는 과정이 사라진 날.
지금 나는
비싸지 않은
외제차를 가졌고,
가족 나들이를 위한 SUV가 있고,
그 집의 2배가 넘는 평수의 아파트와
투자목적의 오피스텔을 가졌다.
그것들을 가졌을 때
기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그 어떤 소유도
물건도...
19평 내 방에서의
첫날밤을 넘어서는 것은 없다.
그날 내가 가진 것은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집도
처음으로 갖게 된 침대가 있는 방도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은
'안도감'
그러니
무엇을 가져도
그것을 넘어설 수 없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