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안테스 Mar 12. 2024

적당히 어렵고,  적당히 가까운 사이

관계설정

1학년 담임으로 결정되고 나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다.

학부모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년부장을 할 때는 사적인 부분보다,

공적인 부분에 집중하면 됐다.

학교의 철학에 기반해서,

학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학교생활, 규칙준수, 학력향상 등 항목별로

원칙을 정하고, 설명을 하는데 집중을 했다.


그런데 담임은 조금 다르지 않나.

반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그 아이들에 대한 피드백은,

바로 가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적당히 어렵고,

적당히 가까운 사이...

고심 끝에 내린 관계설정이다.



1학년 전원 기숙사이면서 자사고.

특히 습관형성을 위해 1학년들은 기숙사 입소 후

66일간 외출, 외박이 허용되지 않는다.

입학식과 4월쯤에 있는 가족 만남의 날을 제외하고는,

1학기 중간고사를 끝나고 처음 집에 가게 된다.


아이들도 힘들겠지만,

품 안의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키워왔던 부모님의

입장에서 불안하기 그지없는 기간이다.


학교에서야

다 알고 학교에 지원한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나도 학교를 벗어나면 학부모인지라,

그렇게 치부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숙사에 입소하긴 전에

줌(온라인 화상회의)으로

학급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 있었다.


그날 아이들에게는

내 카톡 아이디를 등록하게 하고,

부모님들이 내가 만든 오픈채팅방에 들어오도록 안내했다.


학부모님은

000 학생 학부모란 이름으로 대화명을

설정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올린다.


'안녕하세요

올해 1반 담임입니다.

내일이면 아이들이 들어오네요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아쉽고, 걱정되고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잠시지만

아주 오랜 이별처럼

느껴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떨어져 있는 동안

아이들은 훌쩍 자라 있을 거라고

기대하시면서 그 기간을 기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방은

학부모님들과

쌍방향 소통을 위한 방은 아닙니다.

아마 답답하실 경우가 많으실 거예요.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겠지만,

꽤 많은 학생들이(특히, 남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아이가 전달은 안 하고,

알아서 한다는 말만 하거나...

한참 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 경우도 있으실 거 같아서,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학교와 아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는 또 다른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 자식과 똑같이 대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잖아요.

그렇지만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가정에서는 그 누구보다

귀한 자식이라는 것은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방은 학교와 아이들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목적이라, 

학부모님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드리지는 않을

예정이니 섭섭해하지 마십시오

아이들과 관련되어

하실 말이나 전달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든 학교로 전화 주십시오.

댓글과 답변은 달지 마세요~^^



이전 01화 아이들이 변화는 거지, 내가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