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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연생 Oct 04. 2020

교육학의 위기

나는 교육학과에 계속 있어도 될까?

이 글은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는 온라인 모임에 공유하고자 작성하였습니다.


 교육을 연구하는 '교육학'은 인문학일까, 아니면 사회과학일까? 많은 대학의 경우 인문사회계의 단과대는 인문대/사회과학대/경영대 정도로 나뉘고, 혹은 인문대/정경대로 나뉘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학과는 다른 교과교육학(국어교육과, 수학교육과 등)과 함께 '사범대'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교육학은 인문학인지 사회과학인지에 관해 더욱 모호해진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말하고, 사회과학은 사회현상을 경험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일컫는다. 인문학의 예시로는 철학, 어문학, 사학 등이 있으며, 사회과학에는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이 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 학과에는 인류학이 있으며, 교육학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교육학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교육 현상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살핀다는 점에서 인문학적이며, 어떤 교육방법이 효과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사회과학적이다. 이처럼 교육학은 그 자체의 성격의 모호함을 갖고 있다. 교육학은 끊임없이 자신의 학문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놓이게 된다.

 교육학은 자체의 학문적 성격뿐 아니라 그 역사를 보더라도, 어엿한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교육학은 분과학문으로 정립되어 고등교육으로 편입된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공립 초등학교의 양적 확대(보편화) 과정에서 교사 양성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사범학교가 후에 종합대학 안의 사범대학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종합대학에서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자리를 잡은 여타 학문의 경우는, 새로운 연구 대상이 발견되고 연구가 축적되면서 학문공동체의 인정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교육학이 미국 대학에 자리를 잡은 것은 위와 같은 분과학문의 성격을 갖추어서가 아니라 교사 양성기관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학계의 연구 실태를 보더라도 교육학 연구들은 교육 현상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특정한 연구방법이나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사회학에서 다루는 교육 불평등(젠더 간 STEM 전공 비율 차이, 계층 간 교육기회의 차이 등)은 사회학에서도 다루고 있다. 교육심리학에서 다루는 인간발달과정은 사실 심리학의 연구성과에 가깝다. 교육행정학의 리더십 이론들은 행정학이나 경영학에서 정립된 이론을 학교현장에 적용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것들이 모두 교육학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모학문들 중 '교육'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긁어모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분과학문의 정체성보다 현장의 교사를 교육하고 전문성을 기르는 역할을 다하고 있음에 근거하여 학문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을까? 좋은 생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범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교과지식/교육학 이론/교과교육학을 배우고 있으며 교직실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도움을 주는 교육심리나, 실천적 의미가 있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과목 등을 제외한다면 많은 경우 교육학 이론은 꼭 들어야 하는 졸업 요건일 뿐이다. 사범대 학생이나 교사들뿐 아니라 국민 일반적으로도, 화학교사가 되기 위해 화학 지식을 갖고, '인성'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 평생교육론이나 교육사회학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학은 이처럼 현장 지원, 분과학문의 정당성 양측에서 결함을 갖고 있다. 이것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지적되어왔지만, 2020 필자가 경험하고 있는 교육학과는 여전히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듯하다. 나는 대학 진학 ,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연구하는 것이 꿈이었으며,  핵심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여 교육학과에 원서를 썼고 진학했다. 포부 있게 진학했지만 전공수업을 듣고 실망하기도 했다.

  글을 작성할   문헌을 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스스로 경험한 교육학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과연 교육학에 미래는 있는가, 나는 교육학 전공을 계속해도 되는 것인가 생각한다.





참고문헌

김재웅. (2012). 분과학문으로서 교육학의 위기에 대한 비판적 고찰: 현장적 전문성과 학문적 정체성의 관점에서. 아시아교육연구, 13(3), p.1-26.

이학주. (2003). 우리 교육학의 빈곤, 또는 풍요. 아시아교육연구, 4(2),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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