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학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연생 Dec 09. 2019

손보미 '임시교사'로 보는 성실한 노동의 의미

 ‘임시교사’ 소설은 마음에 들었다. 인물 간의 대화가 많고, 전지적 시점에서 생생히 묘사하여 소설 속 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임시교사’를 읽고 생각한 키워드는 ‘성실한 노동’이다. ‘그해 가을’ 아이의 가족에 여러 힘든 일이 겹쳤을 때, P부인은 ‘마치 재난에서 구조’시켜준 것과 같은 역할을 해냈다. 힘든 일이 정리되자 P부인은 ‘새로운 형태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 P부인은 해고되었다. 왜 그랬을까? 왜 ‘열심히 일한 대가’가 해고였을까?

 열심히 일한 것은 노동환경(아이의 가정)의 안정을 불러왔다. 고용주는 이제야 생각하게 된다. ‘P부인이 왜 평화로운 우리집에 있는 것이지?’ 일거리가 없는, 평화로운 집안환경에 P부인의 공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이제는 P부인이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스레 P부인에 대한 고마움도 사그라든다. 할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티도 찻잔도 내줄 수 있지만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찻잔도 책도 아깝고 그 작은 흔적조차 아깝다. ‘임시교사’는 이처럼, ‘임시’교사라는 이름과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을 통해, 필요할 때는 언제든 환영받고 대접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내쫓을 수 있는 타자가 되는 비정규직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열심히 일을 하면 돌아오는 것은 결국 해고라는 역설도 인상적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황정은 '양의 미래', 임솔아 '병원'을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