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철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연생 May 17. 2020

그는 왜 새소리를 싫어했을까

개인의 사고의 원인 찾기

 5월 15일, 비가 왔다. 꽃가루의 계절이라 창문을 못 열고 있던 차에 비가 와서 온 집의 창문을 열었다. 아침이었다. 새소리, 공사소리, 차 소리 등이 (크지 않게)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왔다.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침에 창밖으로 들리는 새소리가 짜증난다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때 나는 좀 놀랐었다.

 왜 싫냐고 물으니 그냥 싫었다는 답이 왔다. 나한테 물어보면 그냥 좋았다. 왜 달랐을까? 나는 왜 그 소리가 좋았고 걔는 왜 싫었을까? 그냥 취향 혹은 집중력의 차이 정도로 생각했다. 다른 일과를 수행해야 하는데 새소리에 집중이 되면 싫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당시 내 분석의 결론은 그랬다.

 그런데 오늘(5월 15일 아침)에는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릴 때 할머니집에 머문 시간이 많았는데 그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경험과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혹시나 해서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할머니가 아침에 창문을 곧잘 열어뒀다는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다. 내 개인의 감정의 원인이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처럼 개인의 감정의 원인이 궁금해서 공부를 하고 그 궁금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보면 다른 사람이 "~는 별로야" "나는 ~가 좋아"라고 말을 하면 대체 왜 그럴지가 너무 궁금해진다. 다 이유가 있는것인데 당장 드러나지는 않으니까 궁금해진다. 원래도 이랬는데 대학에서 인류학 강의를 들으면서 내러티브와 진술의 분석 등을 공부해보고 더 그렇게 되었다.

 덧붙이자면, 이 글에서 '할머니'란 외할머니를 뜻한다. 이 역시 나의 삶의 내러티브가 원인이 된 생각이다. 나에게 '할머니'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외할머니를 뜻하게 된 내러티브는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더 생각해볼 거리: 최근 새소리 등의 화이트노이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소리 등을 크게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때까지 많이 보지 못했는데 좀 의아하다.

 + 얼마전에 친구의 인스타에서 사람들은 다 다르며, 왜 그런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로 이야기한 피드를 보았는데 그때 마침 내가 이 글을 생각하고 있어서 좀 놀랐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내러티브도 궁금하고 역시나 사람들의 사고의 전제는 다르다는 걸 또 느꼈다. 나에게는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지만 왜 그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가 더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늘상 과격한 주장을 하지 않고 그런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의 원인을 알려고 하다보면 뭔가 초연해지고 한쪽의 의견을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집이 없는 것은 또 아니고. 역시 사람은 이중적이야.)

+사진 첨부: 당일 아침 인스타 스토리로 써본 글 (이 글의 재료)


매거진의 이전글 밥 먹는 것도 힘든 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