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새로운 곳으로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7월을 목표로 막연하게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다음 회사가 정해질지 몰랐던 저는 약간은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남은 자유의 시간을 보내고 설레기보다는 걱정되는 마음으로 출근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벌써 7월도 끝. 무사히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고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 그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데 큰 무리 없이 잘 받아들이고 있는 요즘이랍니다.
사실 나이라는 것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인지 이번 이직을 통해서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단순해서 어디든 내 자리는 있고, 내가 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실업급여를 받고 비교적 조금은 든든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불안 섞인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서 '나이' 그리고 '40대'라는 것에 생각이 좀 많아졌습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는 사회복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막상 40대의 이직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 분야도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 같아요. 나이와 함께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취업의 세계를 가까운 현실로 느끼게 된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이 좋게도 세 번의 지원과 두 번의 면접으로 이번 취업이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취업을 준비 중인 많은 동료들을 보면서 내 호봉이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막막했던 것도 있었어요. 제도가 바뀌고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거든요. 앞으로 나아가고 더 좋아져도 모자랄 판에 어려워지는 제도들은 참 기운 빠지게 하는 소식이 되기도 했어요.
이러다 보니 앞으로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 안정적으로 진로고민 없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두 번째 스무 살이 맞는 건지 다시 진로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어렵기도 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호봉이 인정되고 좋은 환경으로 오게 되었지만 이곳에 오기 전 다른 기관 면접을 봤었는데 면접 때 제 호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너무나 당연하게 깎을 수 있냐며 말을 던지는 면접관 때문에 참 어이가 없었어요.
면접 일정 잡을 때부터 호봉을 말했고 전임자 보다 제 호봉이 높으면 맞춰주셔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가능하시냐고 여쭤봤었는데 생각해 보겠다 하고는 며칠 뒤 면접을 보면 좋겠다고 해서 일정을 잡은 거였는데... 참. 어이가 없더라고요. 전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분이 혼잣말로 "이 바닥에서 일하기 힘들겠네."하고 주절거리를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바닥에서 11년 넘게 버티고 있는 저는 그 소리가 얼마나 열이 받던지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 돈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이었고, 인건비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내려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런 말을 한다니.... 경력자의 빠른 일처리와 적응력을 원하면서도 급여는 낮게 부르는 게 맞는 것인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요즘 고민이 많은 제 동료는 "그렇게라도 할 수만 있다면 취업을 하면 좋겠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합니다. 호봉만큼 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현실에서 높은 호봉을 고집하는 것보다 낮더라도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하면서 말이죠.
참 어렵네요.... 어려웠어요.
사회복지사로 근무하지만 급여가 많다고 생각해 본 적도 급여가 내 연차만큼 적당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이것도 처음 일할 때에 비하면 좋아진 걸 알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높은 호봉인 사람들은 급여의 보장이 어렵다니요... 참 씁쓸한 24년의 여름이지 않나 싶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약 이곳을 퇴사하고 싶어 졌을 때의 저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더 많이 고민해 보게 된 것 같아요. 제2의 진로고민이 이제 또다시 시작입니다. 3개월 잘 쉬었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왔네요. ㅎㅎ
"요즘도 이직을 하면 계속 설레어?" 누군가 물어보더라고요.
설렘보단 부담감이 좀 더 생기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을 뿐. 합격이라는 산 하나 넘었다 해서 마냥 좋고 설레진 않더라고요. 그냥 하... 이제 또 직장인이구나 싶은 마음.
그래도 다행히 운 좋게 자리를 찾게 돼서 너무나 감사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쉬는 동안 정말 몸과 마음 모두 편하게 쉬고 나온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쉬는 시간이 좀 짧아서 아쉬운 것 같으면서도 충분했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니 적당한 때였던 거 같아요.
앞으로 또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 아자아자!
그리고 아직 길을 찾고 있는 동료들이 빨리 좋은 자리에 가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