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다른 양양 Aug 01. 2024

다시 출근합니다.

7월 15일.

새로운 곳으로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7월을 목표로 막연하게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다음 회사가 정해질지 몰랐던 저는 약간은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남은 자유의 시간을 보내고 설레기보다는 걱정되는 마음으로 출근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벌써 7월도 끝. 무사히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고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 그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데 큰 무리 없이 잘 받아들이고 있는 요즘이랍니다.


첫 출근날.


사실 나이라는 것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인지 이번 이직을 통해서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단순해서 어디든 내 자리는 있고, 내가 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실업급여를 받고 비교적 조금은 든든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불안 섞인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서 '나이' 그리고 '40대'라는 것에 생각이 좀 많아졌습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는 사회복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막상 40대의 이직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 분야도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 같아요. 나이와 함께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취업의 세계를 가까운 현실로 느끼게 된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이 좋게도 세 번의 지원과 두 번의 면접으로 이번 취업이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취업을 준비 중인 많은 동료들을 보면서 내 호봉이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막막했던 것도 있었어요.  제도가 바뀌고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거든요. 앞으로 나아가고 더 좋아져도 모자랄 판에 어려워지는 제도들은 참 기운 빠지게 하는 소식이 되기도 했어요.


이러다 보니 앞으로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 안정적으로 진로고민 없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두 번째 스무 살이 맞는 건지 다시 진로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어렵기도 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호봉이 인정되고 좋은 환경으로 오게 되었지만 이곳에 오기 전 다른 기관 면접을 봤었는데 면접 때 제 호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너무나 당연하게 깎을 수 있냐며 말을 던지는 면접관 때문에 참 어이가 없었어요.


면접 일정 잡을 때부터 호봉을 말했고 전임자 보다 제 호봉이 높으면 맞춰주셔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가능하시냐고 여쭤봤었는데 생각해 보겠다 하고는 며칠 뒤 면접을 보면 좋겠다고 해서 일정을 잡은 거였는데... 참. 어이가 없더라고요. 전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분이 혼잣말로 "이 바닥에서 일하기 힘들겠네."하고 주절거리를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바닥에서 11년 넘게 버티고 있는 저는 그 소리가 얼마나 열이 받던지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 돈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이었고, 인건비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내려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런 말을 한다니.... 경력자의 빠른 일처리와 적응력을 원하면서도 급여는 낮게 부르는 게 맞는 것인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요즘 고민이 많은 제 동료는 "그렇게라도 할 수만 있다면 취업을 하면 좋겠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합니다. 호봉만큼 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현실에서 높은 호봉을 고집하는 것보다 낮더라도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하면서 말이죠.


참 어렵네요.... 어려웠어요.


사회복지사로 근무하지만 급여가 많다고 생각해 본 적도 급여가 내 연차만큼 적당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이것도 처음 일할 때에 비하면 좋아진 걸 알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높은 호봉인 사람들은 급여의 보장이 어렵다니요... 참 씁쓸한 24년의 여름이지 않나 싶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약 이곳을 퇴사하고 싶어 졌을 때의 저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더 많이 고민해 보게 된 것 같아요. 제2의 진로고민이 이제 또다시 시작입니다. 3개월 잘 쉬었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왔네요. ㅎㅎ


"요즘도 이직을 하면 계속 설레어?" 누군가 물어보더라고요.


설렘보단 부담감이 좀 더 생기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을 뿐. 합격이라는 산 하나 넘었다 해서 마냥 좋고 설레진 않더라고요. 그냥 하... 이제 또 직장인이구나 싶은 마음.


그래도 다행히 운 좋게 자리를 찾게 돼서 너무나 감사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쉬는 동안 정말 몸과 마음 모두 편하게 쉬고 나온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쉬는 시간이 좀 짧아서 아쉬운 것 같으면서도 충분했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니 적당한 때였던 거 같아요.


앞으로 또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 아자아자!

그리고 아직 길을 찾고 있는 동료들이 빨리 좋은 자리에 가게 되기를!!!


작가의 이전글 복잡한 나를 내가 알아봐 주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