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21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INA Dec 30. 2021

산타 할아버지가 건강하시기를...

#올해의선물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남편이랑 넷플릭스의 '고요한 바다'를 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아이들이 잘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고에 숨겨두었던 선물을 하나 두 개씩 살금살금 꺼낸다. 와인 한 모금, 포장지 자르고, 와인 두모금, 테이프를 부치고, 정성스럽게 선물을 하나씩 포장한다.


아직 산타를 믿고 있는 만 5세 아들의 선물은 크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다던 선물과 서프라이즈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 산타를 믿지 않게 된 만 10세 딸의 선물은 그녀의 성향과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선물들과 서프라이즈 선물 하나도 있다. 어떤 선물을 더 좋아할까? 내일 아침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


포장한 선물들을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넣어 두고 와인을 마시며 '고요한 바다'를 다 보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날  와인과 넷플릭스로 비몽사몽인 엄마, 아빠를 위한 자비와 배려는 없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 가신 게 중요한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욱 일찍 일어나 침대를 점령하였고 꼬물 거리다가 일어나서 트리 앞에 앉았다.


산타를 믿고 있는 아들도, 산타를 더 이상 믿지 않는 딸도, 이제는 산타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우리도 충분히 만끽했던 크리스마스 아침의 행복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반짝 거리는 눈빛에 있었다. 원하던 선물을 받았을 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을 때,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함성과 행복하고 감사한 표정을 보려고 산타 할아버지를 자처하는지도 모르겠다.


"...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언어의 온도> 중에서 - 이기주 작가



산타를 믿고 있는 아들이 말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산타를 더 이상 믿지 않았던 딸이 말했다. 산타 할아버지를 믿지 않으면 선물을 못 받을까 봐 아쉬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프라이즈 선물에 행복했다고 한다. 산타 할아버지를 믿던 안 믿던 그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기억해서  희망, 기쁨, 행복 과 감사를 나누는 산타할아버지가 되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12.24.2021

#올해의선물


12월 한 달간 하루에 한 주제로 짧은 글을 올리면서 한 해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 달 첫째 날  태어나서 인지 애틋한 12월, 무엇을 시작하기보다는 마무리를 해야 하는 마지막 달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기에 12월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기로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루엘라가 무섭지만은 않았던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