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선물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남편이랑 넷플릭스의 '고요한 바다'를 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아이들이 잘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고에 숨겨두었던 선물을 하나 두 개씩 살금살금 꺼낸다. 와인 한 모금, 포장지 자르고, 와인 두모금, 테이프를 부치고, 정성스럽게 선물을 하나씩 포장한다.
아직 산타를 믿고 있는 만 5세 아들의 선물은 크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다던 선물과 서프라이즈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 산타를 믿지 않게 된 만 10세 딸의 선물은 그녀의 성향과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선물들과 서프라이즈 선물 하나도 있다. 어떤 선물을 더 좋아할까? 내일 아침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
포장한 선물들을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넣어 두고 와인을 마시며 '고요한 바다'를 다 보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날 와인과 넷플릭스로 비몽사몽인 엄마, 아빠를 위한 자비와 배려는 없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 가신 게 중요한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욱 일찍 일어나 침대를 점령하였고 꼬물 거리다가 일어나서 트리 앞에 앉았다.
산타를 믿고 있는 아들도, 산타를 더 이상 믿지 않는 딸도, 이제는 산타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우리도 충분히 만끽했던 크리스마스 아침의 행복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반짝 거리는 눈빛에 있었다. 원하던 선물을 받았을 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을 때,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함성과 행복하고 감사한 표정을 보려고 산타 할아버지를 자처하는지도 모르겠다.
"...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언어의 온도> 중에서 - 이기주 작가
산타를 믿고 있는 아들이 말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산타를 더 이상 믿지 않았던 딸이 말했다. 산타 할아버지를 믿지 않으면 선물을 못 받을까 봐 아쉬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프라이즈 선물에 행복했다고 한다. 산타 할아버지를 믿던 안 믿던 그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기억해서 희망, 기쁨, 행복 과 감사를 나누는 산타할아버지가 되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12.24.2021
#올해의선물
12월 한 달간 하루에 한 주제로 짧은 글을 올리면서 한 해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 달 첫째 날 태어나서 인지 애틋한 12월, 무엇을 시작하기보다는 마무리를 해야 하는 마지막 달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기에 12월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