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하찮고소중함
하찮고 소중하다는 말은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거 같다. 밀가루는 싫어하는 데 짜장면은 좋아해요 라는 말처럼... 하찮은데 소중할 수 있을까? 하찮지만 소중한 걸까? 하찮지 않은데 소중한지 몰랐던 걸까?
이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다는 전제 하에, 알게 모르게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주일 전 로스팅되어 도착한 커피빈 향기
후루륵 딱 맞게 내려진 커피의 온도
탄산수 안에 들어가 있던 라임 조각
따뜻하게 말라 있던 수건
무향인 줄 알았는데 은은한 향의 바디 워시
달리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뉴잉글랜드 IPA 맥주
모기 물린데 긁다가 피가 난데 붙였던 반창고
책 읽고 있는 앞에서 수영하던 아들의 첨벙 거림
책 넘기는 소리
중고 서점에서 발견한 신간
샴페인 열리고 주르륵 흐르는 소리
크림치즈 듬뿍 올라간 베이글
엄마 옷장 냄새
오피스 한 구석 색깔별로 쌓여 있는 책들
12월 겨울 따뜻한 오후 햇살
달리는 사람들과의 눈인사
다크 초콜릿 한입과 위스키 한 모금
여름밤 나무 타는 냄새
알고 보니 나의 하루는 알게 모르게 소중한 것 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올해의 하찮고 소중함 작정하고 적어 보면 리스트는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
12.26.2021
#올해의하찮고소중함
12월 한 달간 하루에 한 주제로 짧은 글을 올리면서 한 해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 달 첫째 날 태어나서 인지 애틋한 12월, 무엇을 시작하기보다는 마무리를 해야 하는 마지막 달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기에 12월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