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생 마라톤 : 2020 뉴욕 시티 버츄어 마라톤 - 여섯번째 페이지
나나나나 나나나나 eh ~ 나나나나 나나나나 eh ~ Light it up, Dynamite.
세 번째 룹 (Loop)을 돌아오는 길이다. 팟캐스트로 웅디의 추석특집을 듣다가, 웅디가 BTS에 다이너마이트를 튼다고 한다. 라디오 팟캐스트에서는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Spotify (스포티파이)로 가서 음악을 찾아들어본다. 나나나나 나나나나 에~ 지금 이 순간 나한테 딱 필요했던 음악. 앞으로 2마일 정도 남았다. 이미 저번 주 토요일 아침 달렸던 거리는 지나온 거리이다. 이제부터는 처음 가보는 거리 다이너마이트 터진 마냥 신나서 나나나나 나나나나 하면 달려 본다.
6:56 AM 집을 나서는 아침 춥다. 긴바지에 긴팔, 모자도 쓰고 장갑까지 꼈다. 차 안에 히터도 틀고, 의자도 따뜻하게 한다. "Crisp Fall Morning Air" 기분 좋게 바삭바삭한 가을의 아침 공기, 길게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다. 아직 물안개가 끼어 있는 아침이고, 가을 하늘을 만난 호수는 어마 어마하다.
오늘은 세 바퀴를 뛰어 보려고 마음을 먹는다. 18마일, 29킬로 정도, 처음 가보는 거리이다.
오늘 아침은 하늘에 눈이 간다.
First Loop - 첫 바퀴 - 6마일 (8킬로)
몸풀기, 오늘은 좀 더 신경 써서 달려본다. 좀 더 멀리 가야 하는 날이기에. 몸이 풀리려고 하는데, 옆에 지나가던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Good job! Where are you from? 너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너 어디서 왔어라는 질문을 들으면 잠시 당황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나도 너처럼 집에서 왔어.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지? 미국의 고향 같은 곳 버지니아에서 왔다고 말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에서 왔다고 말을 해야 하는지? 그 짧은 찰나에 생각이 많다. 나 어디서 왔냐고? 나 한국에서 태어났어 이 동네에서 살고 있어. 기다렸다는 듯이 아저씨는 자기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몇 살인지. 언제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지, 마라톤을 얼마나 많이 뛰었는지, 자식은 몇 명인지, 교환학생이 와있고, 막내는 입양을 했고, 학교는 어디를 다녔는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까지 다 알려준다. Patient with yourself.
에너지 조절을 잘하라고, 보급을 잘하라고, 마라톤 달리는 팁도 가르쳐 주고, 열심히 달리라고 응원을 열심히 해주고 가던 아저씨. 예상치 못한 만남에 첫 바퀴가 심심하지 않았다.
Second Loop - 두 번째 바퀴, 7-12 마일 구간
레이싱 하는 차가 피트 스톱을 하듯 화장실에 들렸다가 차에 가서 긴팔을 벗어던지고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다시 뛰어 나간다. 요즘 자주 듣는 허지웅 작가의 허지웅 쇼를 팟캐스트로 들으며 뛴다. 추석 특집으로 나온 밴드 게스트, 데이브레이크. 처음 들어본 밴드이다. 한국의 마룬 파이브라고 소개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애덤 리바인 (Adam Levine)을 좋아하는 나는 이 밴드가 궁금해진다. 밴드 사이가 좋냐고 물어보는데, 위기가 있다고 말한다. 웅디 '가스펠 밴드도 싸워요. 홀리 하게' 라도 말해준다. 달리다가 빵 터졌다. 역시 센스쟁이 웅디. Spotify (스포티파이)로 가서 소개되었던 음악들을 찾아 들으며 달린다. 꽃길만 걷게 해 줄게, 들었다 놨다, 킥킥이라는 노래들이었다. 두 번째 구간을 데이브레이크 밴드의 노래와 같이 했다. 앞으로 자주 들을걸 같다.
Third Loop - 세 번째 바퀴 - 13 -18마일 구간
반팔을 벋어 던지고, 뉴욕 마라톤에서 보내준 옷으로 갈아 입고 뛴다. 내가 성금을 모아서 후원하는 Team for Kids 싸인이 크게 써진 형광색 민소매. 민소매를 입긴 차가운 가을 공기이지만 한참을 달린다는 민소매가 반갑다. 추석에 라디오 생방송을 한다는 웅디 쇼. 그리고 BTS에 노래를 튼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틀어본다. 우리 첫째가 좋아하는 BTS. 처음 집중하고 들어 봤다. 빌보드 싱글 1위라는 Dynamite, 다이너마이트.
지금 나한테 딱이다. 나나나나 나나나나 eh ~ Light it up, Dynamite. 앞으로 2마일 정도 남았다. 이미 저번 주 토요일 아침 달렸던 거리는 지나온 거리이다. 이제부터는 처음 가보는 거리 다이너마이트 터진 마냥 신나서 나나나나 나나나나 하며 달려 본다. 아침 해가 떠서, 햇살이 물에 부딪쳐서 다이아 몬드 같이 반짝반짝거린다.
처음 가보는 길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있다. 10월 직장에서 처음 해보는 일들을 한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도 있지만, 내가 길을 만들어 가야 하기도 하다. 할 수 있다.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오늘 이미 나는 내가 가보지 않았던 길, 해보지 않았던 길을 달렸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언제나 길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