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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an 02. 2024

30대의 독서실 라이프

나만의 힐링 타임?


 안타깝게도 중학교 때까지만 공부를 잘했던 나는 집에서 40분 거리의, 시외에 있는 유명한 고등학교에 다녔다.(3년 내내 꼴찌이거나 거의 꼴찌였다.) 11시에 야자가 끝나면 집에 올 방법이 없어서 3년 내내 '봉고차'-동네에서 양복점을 하던 아저씨가 우리 학교 학생들을 실어 날으던-를 타고 다녔다. 학교 근처에 살던 친구들이 공부를 더 하겠다고 삼삼오오 독서실에 갈 때 나는 집에 가기 바빴다. 봉고차를 타고 가도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못 다녀본 독서실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한달에 두어 번은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간다. 시간이 뜰 때 근처 아무 도서관 열람실에 가서 멍하니 앉아 있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하다. 남편은 보통 그럴 때 카페가 간다고 하는데 나는 도서관이 더 좋다. 도서관에 살고 싶어서(?) 몇 년 전에 잠깐 사서 교육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 꿈은 아무래도 다음 생에나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는 주민들을 위한 독서실이 있다. 크지는 않아서 입주하고 계속 구경만 하다가 6개월 전쯤 기회를 잡아 나도 한 자리 차지했다. 연필꽂이도 갖다 놓고 평소에 잘 들춰보지도 않던 책도 꽂아 놓았다. 작년에 두 달 가까운 취업 준비생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칸막이 책상 앞에 앉아 지겹게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이력서를 보냈다. 다시 회사에 다니면서 앉아 있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지만 여전히 이 자리가 참 좋다. 지금도 독서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독서실은 우주 같다. 가본 적 없는 우주의 진공 상태가 이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몸이 둥실 뜨지는 않지만 마음은 확실히 가볍다. 회사의 피로를 독서실에서 푸는 30대라니, 역시 좀 이상한가요.

 두뇌 건강을 위해 하루 한 장씩 EBS 수학 문제집을 풀기로 했다. 오늘이 그 첫날인데 한동안 소홀했던 브런치에 끄적끄적 글을 쓰는 이유는 (역시나) 문제를 풀기 싫기 때문이다. 독서실에 다닌다고 꼭 성실한 건 아닌가 보다. 그만하고 얼른 풀어보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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