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번 살아봤습니다
동료가 3년째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이 고민이라고 했다. 막상 추진하려고 보니 안 맞는 점들이 자꾸 눈에 띈다고.
"작가님은 몇 년 정도 만나니까 남편분이랑 맞는구나 싶으셨어요?"
명쾌한 대답을 기대하는 얼굴을 외면하며 말을 골랐지만 소용없었다.
"저희는... 지금도 안 맞아요."
좀 안 맞는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거의 상극이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나는 아침형 인간, 남편은 야행성이라 수험생 시절에는 내가 출근하고 점심 먹을 때쯤 일어나곤 했다. 상암동에서 전철로 20분 거리의 노량진에 있던 당시 남자친구에게 종종 물었다.
"여보세요? 지금 일어났다고요? 거기 미국인가요?"
또 남편은 영화광, 나는 영화꽝이라 영화관만 가면 잔다. 며칠 전에는 집에서 같이 <러브 액츄얼리>를 보다가 30분을 못 넘기고 한숨 자야 했다.
우리의 '안 맞음'은 식습관에서 완성된다. 모닝 삼겹살도 가뿐한 남편은 식탁에 고기반찬이 없으면 영 섭섭해한다. 나는 마늘, 버섯, 두부를 좋아하고 입에도 안 대는 고기가 더 많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걱정했다.
"굶어 죽으면 어떡하지."
"... 이 짜식이."
어느 주말 저녁 부대찌개 밀키트를 먹기로 했다. 남편이 게임하는 사이에 내가 끓였는데 욕심을 못 누르고 냉장고에 있던 팽이버섯을 몽땅 때려 넣었다. 끓으면 라면 사리 아래 묻어버리려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데 등 뒤로 남편이 쓱 다가왔다.
"내 부대찌개 어디 갔어... 왜 버섯찌개가 됐어..."
해가 바뀌면서 무려 3년 차 부부가 된 우리는 의외로(?) 잘 먹고 잘산다. 거의 매일 평화롭다. 생각해보니 결혼 준비할 때도 한 번을 안 싸웠다. 이렇게 안 맞아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 일단 남편이 화가 없다. 혹시 태어날 때 어머님 뱃속에 화를 두고 나왔나. (아님)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발화점이 가장 높다.
그리고 한 가지는 서로 너무나 다르다는 걸 충분히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부분 중에 맞출 수 있는 건 맞추고 그럴 수 없는 건 각자 원하는 걸 선택한다. 상대방에게 딱히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면 부딪힐 일이 없다.
같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것도 있다. 남편은 결혼 후 아침에 잘 일어나고 두부, 마늘, 버섯을 잘 먹는다. 내가 새벽까지 깨어 있거나 소고기를 먹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이게 아닌데) 여보, 내가 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