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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8. 2024
물소리 길
봄비 내리는 지난주 물소리 길을 다녀왔다. 아내가 친구들과 가려던 약속이 깨진 뒤 아쉬워하는 마음을 달래주려고 함께 해 길동무를 하였다.
출발점인 용문역에 도착하니 구름 낀 하늘이 곧 비가 내릴 기세이지만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소리 7길 출발점 표식을 찾는다. 역사 뒷길에 선명한 표식을 찾고 앞을 보니, 다문리로 가는 길이 훤히 보인다.
길가 벚나무들엔 연분홍빛이 돈다. 지난주엔 이 길엔 벚꽃터널이 만들어졌으리... 직선 신작로 길이 끝나 면 흑천! 돌다리를 정겹게 건너다 문득 옛추억이 생각난다.
용문산에서 발원한 이 개천! 오래전 용문산 유격장에서 고된 훈련을 마치고 더위를 날려준 고마운 계곡물 아니던가...
옹기종기 시골마을을 지나 낮은 산길로 접어든다. 수도권 전철 차량기지 을타리를 따라 길은 계속된다. 울타리를 벗어나자마자 전원주택 한집이 눈에 뜨인다.
집, 텃밭과 도로를 연한 원두막과 제법 큰 밭이 그림같이 가꿔졌다. 가까이 가보니 동대문 사진클럽 회원임이 분명한 분이 가꾸는 것 같다.
온갖 정성이 들인 것 같다. 한 폭의 그림처럼 예술가답게 전원을 가꾸고 있다. 부럽지만 나는 사양하고 발길을 계속 재촉한다.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우산, 아내는 판초우의로 비를 피한다.
판초우의가 군대생활 시절 요긴했지만 행군이나 야외훈련 간 착용할 때마다 지겨웠던 군대생활의 추억을 소환하는 물품인데 아내는 남정네들의 사연을 모르는 듯, 편하고 좋다고 룰루랄라 발길을 재촉한다.
지평리 초입에 들어서니 중대장 보임 후 첫 번째 10km 무장구보 반환점이었던 곳을 지난다. 무척 힘들어 낙오하고 싶었지만 중대원 눈이 무서워서... 그리고 이곳에서 아내를 처음 만난 여주군 대신면이 멀지 않네!
사실 이곳은 한국전쟁 격전지중 한 곳이다. 1951년 2월 중공군 군단급 공세에 대항해 프랑스군 대대가 이 지역을 결사적으로 지켜냈고, 미군 특수임무부대가 연결작전을 성공시켜 중공군 2월 공세를 좌절시킨 유명한 전적지이다.
그러고 보니 이 코스가 내 군대생활했던 사연이 주저리주저리 엮인 곳이네!
이윽고 종착지인 지평역이 보이는데 빗줄기가 굵어지고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계획했던 지평리 보리밥집 방문을 취소하고 마을버스로 출발지인 용문으로 돌아왔다.
용문역 앞에는 빗속에 5일장이 열려 있으나 장꾼들이나 장 보러 온 사람들의 마음이 어수선하다. 그래도 장마당을 휙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손님들이 몰려있는 포장마차 식당에 들러서 가격도 착한 얼큰한 선짓국 한 그릇에 피로를 풀고 귀갓길을 서둘렀다.
씩씩하게 빗속의 물소리 길 트레킹을 완주해 준 아내가 고맙고, 뭐 군인이 좋다고 충청도 청원에서 이곳 경기도 양평까지 와서 나랑 평생 인연을 맺어준 아내가 더욱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는데...
♧ 양평 물소리 길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