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 습지

by 시냇물

지난달 경포호를 다녀와서 너무 실망이 컸다. 하류 방면이라 그런지 수질이 좋지 않고 미스트롯 걸들이 출연했던 큰 호텔 주변으로 교통, 소음 등이 너무 짜증스러웠다. 강릉은 물론 동해안을 대표하는 명승지로 그 아름다움과 수많은 문인들의 흔적이 남은 명소였었는데...


혹시 하며 지도를 살펴보니 상류 부근에 습지가 있다 한다. 가시연 습지! 뭐지! 기대가 된다.


가시연은 중부지방의 오래된 연못, 저수지, 호수에 사는 수련과 한해살이 남방계 수생식물로 식물체 대부분이 가시로 덮여있어 가시연이라 한다. 잎이 너무 커서 좁은 습지에 살 수 없고, 씨앗을 발아하는데 여러 해가 걸려 번식이 더디다 한다.

가시연은 창녕의 우포늪 등 일부 지방에서 극소수가 번식을 하며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종이다. 한여름에 자주색 꽃이 핀다. 강릉 경포호가 현재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1910년대에는 경포호 면적이 지금의 1.8배 정도였는데 식량사정이 좋지 않던 근대에는 한 뼘의 농토라도 더 늘리겠다고 개간을 하여 호수면적이 반으로 줄었었다. 그 결과 호수변 생태계는 나빠지기 시작했고...

최근 살기가 나아지고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강릉을 녹색도시로 조성하는 일환으로 습지 조성을 위해 2005년부터 토지매입과 사업을 시작하였고, 드디어 2010년 구전되던 가시연이 묵논에서 매토 종자 발아가 되었으며, 2016년에 가시연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부천의 복사꽃이나 괴산의 미선나무와 같이 경포호를 상징하는 깃대종 식물로 가시연이 지정되었다. 깃대종은 생물 종 다양성 유지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핵심종과는 다르나 인간들이 그 중요성을 인정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종을 말한다.


돌아본 가시연 습지는 여유로웠지만 아직도 겨울이다. 그래도 잔디길, 흙길, 자전거 길이 넉넉하게 만들어져 더욱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습지 위쪽으로도 생태 저류장을 만들어서 좁은 경포천의 범람으로 제방 유실과 침수피해 방지를 하며 저류지 주변 유휴토지에 아름다운 꽃향기 낭만 길을 조성한 것도 칭찬받을 만하다.

경포호와 습지 주변으로 경포대는 당연하고 오죽헌, 선교장, 허균-허난설헌 남매 생가, 해운정 및 수리골 고택 등 주옥같은 명승과 고적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그냥 마음이 설래인다.

경포호 북안에 위치한 경포대에는 강릉을 대표하는 경승지답게 전경도 뛰어나고 율곡선생이 10세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와 숙종의 ’어제시‘ 및 시인묵객들이 여러 글들을 남겼다. 경포대 높은 누대에 앉아서 군자호를 바라보며 경포8경도 느껴보시라! 시대가 바뀌고 도시화가 되어서 그 맛을 모두 느끼기 쉽지 않겠지만...

4경 초당취연(草堂炊煙)은 호수 건너편 멀지 않은 곳 순두부 마을에 가서 초당순두부 한 그릇으로 자족해야할 것이다. 시간이 여유 있으면 선교장에 하루 이틀 머무르며 여유 있게 둘러보고 솔향 나는 강릉의 매력에 흠뻑 젖어 볼만한 곳이다.


경포호를 포함하여 동해안에 산재되어 있는 18개의 석호는 조상들이 우리에게 준 귀한 선물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가 세상에서 얼마나 되나? 행복하게 향유하고 깨끗하게 사용한 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보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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