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진면목은 범바위를 지나고 터널같이 우거진 나무 사이를 지나갈 때 안개처럼 스며드는 평강의 온기에서 더 느껴진다.일상의 피곤함을 잊게 해 주고 소금 같은 행복을 주는 영랑이구나!
초입에는 갈대의 군락이 즐비하다. 귀한 자태를 보이는 자작나무도 때때로 보이고 대나무는 고고하게 푸르다. 브라운 색톤 빛깔의 치마를 허리춤 까지 두른 벚나무들이 길게 늘어서서 긴팔로 아치를 이뤄 황홀경을 보여줄 심산이지만 봄은 아직 멀었나 보다. 그래도 나무들은 모두 너를 바라보며 나를 환영하고 있구나.
조금 더 걸어가서 내가 항상 잠시 머무르던 밴치 옆에는 텃새 인양 두루미 한쌍이다정히 서성이니 다가가기가 조심스럽다. 모둥이를 돌아서면 때때로보인던 바다직박구리 모습이 안 보여 섭섭하다.
거기를 지나면 넉넉하게 생긴 바위들이 드믄드믄 보인다. 수변이나 물속에 묵묵하게 누워서 영랑의 운치를 돋우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리! 사연을 지닌 범바위도 좋다만 매일 너희들의 묵묵함을 보았기에 내 마음을 보낸다. 무명바위들아 행복하거라! 행복이란 마음을 타고 흐른단다.
길은 돌아 남향을 바라보며 넉넉한 호반길로 들어서면 몇 해 전 큰 화마를 당했던 별장 같은 집들이 벌거숭이가 된 체로 보인다.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야 할지 안타깝구나.
이제 영랑호반을 벗 삼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곳곳에 눈에 띈다. 라이더들도 몇몇 지나간다. 눈치도 없이 차를 타고 이 아름다운 호반길을 회중시계 초침처럼 급히 휘돌아 가는 인간군상들도 보인다. 그 사람의 챗바뀌같은 행복이 눈에 선하네. 그의 행복권을 내가 제한할 수는 없기에 무심할 뿐이다. ‘잘살고 못사는 게 김서방 박서방 탓이 아니다’라는 성철 큰스님의 노래가 생각난다.
조금 더 내려오면 길은 바다로 향한다. 이별이 운명은 아니지만 재회를 약속해야 할 곳이 가깝다. 인적이 흔하고 예쁜 카페들도 눈에 들어온다. 발걸음이 더디고 장사항 바다내음이 난다.
영랑호와 함께 한 오늘도 어김없이 행복했다.
매일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그 행복이 내게 일상이 되면 밋밋해져 이내 가버리는 것 아닐까? 괜한 걱정도 해본다. 그 누군가 행복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흐르는 물처럼 마음을 타고 흐르면 그것이 행복이다.
* 속초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영랑호는 시내 북쪽 오목진 곳에 위치하여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랑이란 이름은 신라 화랑 영랑의 이름을 딴 것이며 둘레가 7.3km로 걷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
* 벚꽃이 만발한 영랑 호반길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철 내내 걸어도 편안한 힐링을 할 수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선정되어 라이더들도 많이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