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埋香) - 향나무를 호수에 묻다!

by 시냇물

양강지풍이 부는 지난주초 강릉을 다녀오다가 지난번부터 벼르던 주문진 향호리에 다녀왔다. 매향의 전설이 남아 있는 두 곳 향호와 향호지를 만나 보려고... 다녀온 뒤 강릉, 삼척에서 큰 산불로 난리다.

양강지풍은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고온 건조하고 풍속이 빠른 국지풍을 말하는데,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을 말한다. 불을 몰고 온다는 의미에서 화풍으로도 불린다.


주문진을 벗어나자마자 7번 국도 변에 수수하게 보이는 향호에 도착했다. 둘레가 2.5km 정도로 아담한 크기의 석호다. 갯터짐 현상도 있고 모래사장 지하로 염분이 유입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호수다.

향호라는 지명은 고려 충선왕 시절 동해 사면을 흐르는 하곡의 계류와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 풍습에서 유래하였다 한다.


천년 묵은 향나무를 호수 아래에 매향을 하면,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향나무가 떠오르며 향호에 밝은 빛이 비치었다는 전설이 있다.


덕이 있는 군자 호수요 경치가 뛰어나 이 호수 주변에는 향호정, 취적정, 강정 등 정자가 있었다 하나 지금은 취적정만 보이고 다른 것은 터만 남았다.


호수 주변을 편안하게 돌아보도록 보행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다른 호수처럼 요란하게 치장이나 큰 건물을 지어놓지 않아 고마웠다. 위에 있는 향호로부터 물이 역류를 막는 수문 부근에서 한 젊은이가 6~70cm는 너끈히 돼 보이는 가물치 한 마리를 막 잡아서 의기양양하게 올라온다. 생태환경이 좋다는 증거다.


향호지를 찾아 나섰다. 좁은 농로 길을 계속 차를 모니 아내가 걱정을 한다.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드디어 목적지 부근이다. 산불 경계령에 주말에도 근무 중인 산불감시원에게 길을 물어 향호지에 도착했다.


내가 기대했던 늪이나 큰 연못이 아니어서 다소 실망했다. 농업용수를 확보를 위해 제방을 쌓고 물을 관리하는 인공 저수지였다. 1983년에 15m 높이의 제방이 준공되었다는데 그전에 어떤 형상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향호저수지란 말보다 향호지란 말이 여러 문헌이나 곳곳에 보였고 향호와 이름도 같이 써서 무슨 사연이 있었나 하고 기대했던 건 지나친 욕심이었나 보다.

다시 향호로 돌아가는 길은 평온했다만 조그마한 축사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향호로 들어가는 도랑으로 합류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생존에 급급해 환경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못했던 부모님들 세대의 모습인데 이제는 사회로부터 동의받기 어렵다. 지자체의 관심이 요구된다.

얌전하게 차를 비켜주는 고마운 분도 스쳐 지나갔고 정미소가 분명한 폐건물도 보인다. 한적한 시골 풍경이다. 타이트한 일정에 좀 피곤하지만 봄의 전령사 매화가 살짝 봉오리를 드러내니 고맙고 설렌다.


영동의 중심 강릉 도호부 군자의 호수 향호에서 지역민의 단합과 국가안녕을 기원한 매향 의식은 고려 말기~조선 초기 향촌 공동체의 결속과 안정, 집단적 신앙 활동 차원에 주로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있었던 사회변혁 운동의 일환이다.


미륵의 구원과 용화세계의 도래를 기원하면서 현실에서 나라와 백성의 안녕과 발전을 함께 기원하였다.

오늘날 각 지역마다 활동을 하며 동리 입구에 지역발전 기념탑이 보이는 ‘바르게 살기 운동’이나 ‘로타리 클럽 활동’이 문득 생각난다. 지나친 비약일까? 하여튼 향호는 빛난다.


여행객들에게 아름아름 알려진 BTS 정류소가 천년묵은 향나무가 침향되었다는 호수하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니 향호해변이나 주문진 해수욕장에 들리는 분들은 한번 다녀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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