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매호를 아시나요?

by 시냇물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로 속초에 온 뒤 제일 추운 날이었다. 서울로 치면 영하 17~8도쯤 된다. 날씨 핑계로 집에서 동계 올림픽 숏트랙(여) 1,500m 경기나 볼까 하던 심산이 깨졌다. 아내가 용감하게 바다 구경을 가자고 한다. 건강해진 것 같아 고맙다!


날씨가 약간 걱정이 되나 행장을 차리고 길을 나섰다. 사실 요즘 겨울 옷들은 방한성이 워낙 좋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지난번부터 가려고 했던 남애항으로 향했다.


동해안 3대 미항 중 하나라는 데 파도가 높아 한 바뀌 휙 돌아보고, 방파제에 높게 선 고래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창밖으로 높게 솟구치는 파도 구경을 한참 하였다. 바위를 부드럽게 휘감아가는 파도의 기세를 능파(凌波)라 했는데 저것인가?

시간 여유가 있어 남애항 오기 직전에 얼핏 보이던 석호로 발길을 돌렸다. 환경청에서 동해안 석호중 보존가치가 높은 7개 중 하나로 지정된 곳이었다.


이름이 이국적이다. 포메라니안과 어감이 비슷한 포매호였다. 포는 배가 드나드는 포(浦)를, 매(梅)는 매화나무를 의미하는 지명이다. 포구는 남애항이겠고, 매화꽃은 어디 있는가?

지도나 문헌에는 포매호라 기록되었는데 양양군에서 제작한 안내간판에는 매호라 되어 있다. 오래된 문헌에는 포매호, 포마호, 매호, 마호 등 조금씩 다르게 기록된 것 중 어감이 좋은 매호로 부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사실 매호가 더 친근하다.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매화에 대한 사연은 호수의 발원지인 만월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세가 매화나무 가지를 닮았다는 설과 호수 가운데 섬에 매화가 많이 피기 때문이란 설이 있는데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충분히 아름다운 호수다.

매호 수변 둘레길을 돌았다. 동해안에 와서 일곱 번째로 방문하는 석호인데 우거진 갈대와 호수 가운데 편안한 섬들이 있어 좋았다. 갯터짐이 일어나는 기수호라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백로와 왜가리들의 큰 서식지라니 자랑이다. 요란하지 않으며 깔끔하게 호수를 관리는 지자체의 노력도 평가받을만하다.

호수 남쪽이 안택인가? 둘레길 곁에 다정스러운 집 두 채가 눈에 든다. 다가가니 수십 마리가 넘는 참새들이 나를 반긴다. 입구에 코로나를 경계하며 출입을 자제하는 문구가 보인다. 나와 같은 느낌을 받는 이들이 많은 가 보다. 두 집 모두 호수를 살짝 비껴 난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는 게 너무 편하다. 문전옥답도 보인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내에게 ‘이거 사서 살면 어떨까?’라 물으니 들은 척도 안 한다. 애라 호수 구경이나 해야겠다! 호수 둘레가 3km가 채 안되니 산책하기는 적당하고 운동으로 하려면 두바뀌 쯤 빨리 돌면 되겠다.

호수 남쪽에 재벌회사 땅이 포함되어 있다는 안내가 보이는데 혹시 호텔? 신경이 쓰이는데 그거 인허가해주는 양양군수는 다음번에 낙선 운동당할 거니 행여나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들이 걱정될 현남중학교 정문 앞에서 행복한 산책을 마친다. 매화꽃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애프터를 신청했다. 내 마음을 김용택 시인님이 말해주네! 2말 3초 매화가 만발할 때를 기다리며...

“나 찾다가/텃밭에/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예쁜 여자랑 손잡고/섬진강 봄물을 따라 포매호 호반길 따라/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김용택,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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