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기
어릴 적 난 감기를 달고 살았다. 선천적으로 호흡기관이 약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 와야 했다. 심한 날은 열이 오르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며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그 옆엔 항상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훌쩍이는 날 꼭 껴안고 흔들의자가 되어 동요와 자장가를 불러 주셨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 잘도 잔다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들~ 아프지 말자 우리 아들...♪"
엄마의 노랫소리는 내게 큰 위안이었다. 그리고 '너는 잘 이겨 낼 수 있을 거야'라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그렇게 몇십 번을 되내어 부르셨을까... 내가 지쳐 잠들면 그제야 엄마는 자신의 몸을 바닥에 내려놓으셨을 거다. 얼마나 힘들고 피곤하셨을까... 난 참 어려운 아이였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 하늘에서도~서쪽 하늘에서도~"
엄마의 동요는 30년이 흐른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불러주는 대상이 '아들'에서 '손녀'로 달라졌을 뿐이다. 스마트폰을 사용 못하시는 엄마는 귀여운 손녀와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동요를 선택하셨다.
매일 아침 9시에서 9시 반 사이면 마치 FM 라디오처럼 '할머니의 동요 타임'이 돌아온다. 물론 업그레이드를 통해 나 때보다 노래 수는 더 많아졌고 수시로 EBS를 챙겨 보시며 새로 나온 동요를 배우신다. 그 노력을 아는지 흥 많은 딸은 9시가 되면 내게 폰을 가리키며 주파수를 맞춰 달라 조른다. 통화음은 그리 길지 않다. 엄마는 안방에서 미리 대기하다 얼른 수화기를 낚아채 방송을 시작한다. 대부분 안부를 물은 뒤 5~6곡을 부르시는데 레퍼토리는 비슷비슷하다. 사랑이 듬뿍 담긴 할머니의 동요 소리에 맞춰 신나게 춤추는 딸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모를 감동이 내 가슴을 타고 흐른다. 예나 지금이나 음과 가사가 딱딱 맞진 않지만 엄마가 우리에게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전보다 더 또렷하다.
봄처럼 포근한 그 노랫소리가
우리 곁에 더 오래 머물러 주길...
사랑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