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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파파 Jan 14. 2021

#2 전투 육아

아빠 일기


 조리원을 떠나 일주일이 지났을 때 나는

육아와 군대의 공통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깨어있어야 한다.  

굶주림에 지친 딸의 비명과 엉덩이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자는 중에도 의식만은 명상 후처럼 맑게 깨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근무자를 착각해 엉뚱한 최고참 선임을 깨운 초보 불침번 마냥 아랫집, 윗집을 동시에 깨워 원망의 따발총 세례를 받음과 동시에 심각하게 손상된 기저귀와 찌꺼기를 처리해야만 하는 극한의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총알은 항상 일발 장전이 되어 있어야 한다.

신생아는 대략 짧게는 3시간, 길게 5시간을 자는데 평균값을 가진 녀석들이 극히 드물다. 그래서 엄마는 총알로 사용될 모유를 미리 유축을 통해 모아둔다. 개개인이 보유한 수량이

다르고 한정적이므로 아빠는 추가로 사용될 분유와 커피포트, 생수 확보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일광소독을 하듯 아기 입에 들어가는 모든 장비들을 미리 소독해 놓아야 한다.


 셋째. 계급과 서열이 정해진다.

딸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별빛 아우라를 뿜 뿜 했던 만큼

한방에 투스타로 진급한다. 집안에선 이 녀석을 막을자가 없다. 조금 울기만 해도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질 듯 병사는 우왕좌왕하며 해결책을 찾고  무심결에 미소라도 지으면 어벙한 두 남녀는 가슴팍에 하트를 관통당하며 뒤로 쓰러지게 된다.

 아기를 미리 품고 있던 엄마는 일병에서 상병으로 진급.

맘스카페에서 미리 숙지한 정보들 덕분에 제법 수월하게

임무를 완수한다.

 가장 문제는 아빠다. 신병인 아빠는 투스타와

상병 사이에서 양 싸다구를 맞는다.  하루하루가

곤욕이고 내가 이렇게 어리바리했는가란 심적 자책감과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분유와 생수량의 비율을 착각하는

날이면 상병의 강력한 쓰레쉬가 등짝에 번개처럼 내리 꽂힌다.

불침번에서도 상병을 서포트하지만 매번 늦게 일어나

바닥에 머리를 박는 일이 흔하다.


아!  대신 군대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군대는 2021년 올해부터 1년 8월이면 제대이지만...


육아는... 육아는...

평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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