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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파파 Jan 14. 2021

#3 아이엠 유어 파더

아빠 일기

"가연이 아버님~"

"네~!"


아이가 태어나고 달라진 점 중 하나가 있다. 바로 호칭이다.

귀를 자극하는 그 오글거림은 첨엔 아주 낯설다.


터놓고 말해 백일 되기 전까진 방안에 곤히 자고 있는 이 생물? 이 내 아이란 사실이 썩 와 닿지가 않는다.

아내와 둘이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데 웬 객식구 하나가 꼽사리 껴서 왕 노릇 중이란... 그런 느낌.


하지만 뭐든 자주 접하면 친해지기 마련이다.

출생신고부터 각종 예방접종 세트에 이르기까지 순회공연하는 아이돌 가수 마냥 "아빠"소릴 귀에 딱지 앉도록 들으면 나도 모르게 세뇌되어 자동반사로 손을 번쩍 들게 되는 기적을 접하게 된다.


그렇다고 완전체 아빠가 된 건 아니었다.

가령 영어 듣기 평가 문제를 수없이 들었지만 이해하진

못해 조금만 꼬아놔도 문제를 못 맞히는 것과 같다.


내가 진정한 파더로 거듭난 계기는 한참이 지나서였다.

우연찮게 딸이 콩알만 한 입술 사이로 "아빠"라는

공기반 소리반의 울림을 내뱉은 순간이었다.

그 소리 입자들은 내 귀를 통해 척수와 신경다발들을

지나 장기기억저장소인 대뇌 전두엽에 아빠 도장을 때려 박았다. 그동안의 힘듬과 고통이 사라질 만큼의 기쁨이었다. 


난 고마움에 딸아이를 꽉 안아 주었다.


그렇게 난 아빠가 되었다.

"아이엠 유어 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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