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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Dec 19. 2024

캐나다에서, 남편이 머리를 잘라주었다.

캐나다 미용실 비용은 비싸다. 

커트만 해도 남자 머리는 $40부터 시작하고, 여자 머리는 $60부터 시작을 한다. 여기서 세금과 TIP까지 붙으면, 남편과 아들 두 명이 머리 자르고 오면 한 달에 $100씩 훅 나가버린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서 미용을 수박 겉핥기로 배워왔기에 남편과 아들의 머리는 항상 집에서 자르고 있어서 매달 10만 원을 아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여자들은 미용실을 가면 기분 전환이 된다고 하던데, 난 이상하게 미용실에서 기분 전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아까워서 기분이 상한다. 한국에서 미용실에 한번 가면 20만 원 이상 깨졌지만, 가격 대비 마음에 썩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파마를 하고 싶어서 방문하면 내가 원하는 것은 고데기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머릿결이 좋지 않다면서 비싼 파마약과 함께 케어를 권하기에 미용실에 가는 것은 정말 큰 마음먹고 가야 했다. 

지난해, 작은 도시에 살 때, 학생 헤어숍에서 저렴한 금액으로 파마와 염색을 받았다가 머리털이 빗자루처럼 변했었다. 내년에 한국 들어가면 미용실을 가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거울로 부스스한 머리를 보면 자꾸 자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금액을 찾아보니, 여자 커트는 짧은 머리 $60~ 중간 머리 $80~ 긴 머리 $100~이라고 한다. 현재 머리가 가슴 기장이라, $100 + 세금 + Tip을 내면, 못해도 13만 원 이상은 깨진다. 


한번 커트를 시도해 보고,
망치면 미용실 가야겠다.


어차피 미용실에 갈 거라면, 짧은 머리로 가는 것이 돈을 아끼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또 갑자기 내가 셀프로 머리를 자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가 끝난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머리 자를 준비를 했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먼저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후, 길이를 자른 뒤 다듬으면 된다는 식으로 정말 쉽게 설명하길래, 나도 따라 해보려고 했다. 학교가 방학이라 수업이 없이 쉬고 있는 남편이 화장실까지 졸졸 따라와서 구경한다. 

머리카락을 미련 없이 싹둑 잘랐다. 

잠깐 생각을 한 후, 내가 본 유튜브를 다시 보여주고, 남편에게 다듬어 달라고 가위를 넘겼다. 

구경만 하려던 남편은 생전 처음으로 내 설명을 들으면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했고, 30분도 채 안 되어 쇼트커트 머리가 완성되었다.  하나도 흠잡을 수 없는 완벽한 스타일이었다. 


뭐든 하면 되는데,
시도를 안 해봐서 안 되는 것뿐이구나...


머리를 자르면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안된다고 하면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일까? 머랭을 만들 때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데, 괜히 흘리지 말아라, 조심해라 소리치면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내 머리를 자르고, 생전 처음으로 드라마에서 나오는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해주는 것처럼 머리도 말려주었다. 오래 살고 볼일이다. 본인이 만든 머리라 그런지 뿌듯해하며 자꾸 쳐다본다. 
"미용을 배울걸 그랬나...?" 갑자기 직업이 변경될 수 있는 말을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많다. 하지만 시도를 안 해 봤기에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캐나다에 와서 한국에서는 저렴하기에 돈으로 해결했던 많은 것을 시도해 본다. 김치도 담가보고, 외식하지 않고 집밥도 매일 한다. LA갈비도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먹고, 교촌 치킨이나 양념치킨도 만들어 먹고, 쿠키도 굽고, 빵도 만들고 머랭도 만들고,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잼도 만든다. 게다가 머리도 집에서 자른다. 주말에 다른 곳에 나갈 때는 항상 도시락을 싸간다. 

다른 사람이 보면, 귀찮을 것 같다고 하겠지만, 귀찮음 보다 만족감과 성취감 그리고 행복함이 더 크다.

이런 기회들이 주어져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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