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맘의 창업일기
인테리어는 식당 창업의 필수 단계다.
옛날에는 쓰러져가는 판잣집에서도 음식이 맛만 있으면 식당을 운영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식당의 맛만으로 식당을 방문하지 않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먹고 서비스를 받고 삼박자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식당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 안다. 하지만 어떻게 인테리어 업체를 정해야 할지 막막하다.
큰 업체가 좋을까? 작은 업체가 좋을까? 그럼 큰 업체는 어디고 작은 업체는 어디인가?
인테리어와는 하나도 관련 없는 회사를 다닌 우리 부부에게 인테리어 업체를 정하기란 난코스였다.
엑셀만 하던 사무직 출신이라 엑셀로 인테리어와 필요 물품 대한 계획을 잡아 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를 넘어가기 전 걱정이 몰려왔다.
"금액을 엄청 불려서 말하면 어쩌지?"
"시공을 잘 못하면 어쩌지?"
"하자가 생기면 어쩌지?"
"근데.... 업체를 어떻게 알아보지??"
일단 업체를 먼저 알아보는 게 우선이라 인터넷으로 가까운 업체를 알아보고 앱으로 되어 있는 곳도 전화를 해보았다. 인테리어 앱에서는 4곳의 인테리어 팀을 보내준다고 했고 다른 사이트에서는 3팀을 보내준다고 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7팀이나 방문해서 무료로 견적을 해준다고 하니 일이 쉽게 풀렸다.
우리 부부는 하루 날을 잡고 한 시간 간격으로 방문 요청을 하고 인테리어 업체를 기다렸다.
첫 번째 업체는 10시에 나이가 지긋한 인테리어 이사가 방문했다.
먼저 위치를 잘 잡았다고 칭찬? 을 받았고 무엇이든 다 된다고 했다. 본인들이 공사를 하고 있는 이자카야가 있으니 방문해서 실물을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을 하며 줄자로 크기를 재고 우리가 업체에 방문해 보라며 방문 일정을 잡고 견적서를 그때 전달해 준다고 했다.
두 번째 업체는 현장 반장님과 대표가 왔다. 대표는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레이저 자를 꺼냈다. '아~ 이런 게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현장 반장이 레이저 자를 잘 사용하지 못했다. 수전증이 있는지 손을 떨면서 자꾸 창문 때문에 잘 안 맞는다고 투덜대면서 대충 측정했다. 이자카야 분위기면서 고급 밥집 분위기를 원한다고 했더니 "아~ 제가 잘 가는 이자카야가 있어요!"라고 대표가 말을 했다. 이자카야를 몇 번 인테리어 했다는 것이 아니라 잘 가는 곳이 있다는 말은 신뢰가 떨어졌다.
세 번째 업체는 조금 큰 업체였다.
사이즈를 꼼꼼히 제대로 측정하고 주방 기계를 어떤 것을 넣을 건지 사이즈 정보를 달라고 하고 내가 만든 엑셀 자료까지 가지고 내일까지 견적서를 준다고 하며 떠났다. 세번째만에 정상적인 업체가 방문했다.
네 번째 업체는 남자 혼자 와서 쓱 둘러보고 질문만 몇 개를 하더니 갔다. 추후 연락도 안 왔다.
점심을 대충 챙겨 먹고 다섯 번째 업체를 기다리는데 안 왔다. 연락을 해보니 방문 일정을 깜박했다고 한다. 알겠다고 수고하시라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섯 번째 업체는 젊은 남자 둘이 방문했다. 한 명은 현장 반장, 한 명은 인테리어 대표로 젊어 보이는 현장 반장이 꼼꼼히 치수를 재고 인테리어 대표는 우리가 만들고 싶어 하는 식당과 판매하는 음식도 물어보고 주방 기계에 대한 정보와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 자료를 받고 이틀 후 견적을 주기로 하고 갔다.
일곱 번째 업체는 어려 보이는 남자 혼자 일수가방 같은 가방을 옆에 끼고 한껏 멋 부리고 왔다.
줄자로 치수를 대충 측정하고 간단한 대화 후 돌아갔다.
7시간 동안에 거친 업체 방문이 끝이 나고 한숨 돌리며 업체를 떠올려 봤는데..
7개 중에 제대로 된 업체는 딱 2곳 밖에 없었다. 세 번째와 여섯 번째 둘 중 하나를 고르자는 생각으로
견적서를 기다렸다.
맨 처음 견적서를 받은 것은 세 번째 업체였다. 역시 일처리도 빠른 것 같았다.
2천만 원 중반의 견적서로 저렴했다.
나머지 업체의 견적서는 2천만 원부터 4천만 원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섯 번째 업체의 견적서가 요청한 날짜가 돼도 도착하지 않았다.
세 번째 업체를 선정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저녁에 전화가 와서 견적서와 디자인이 하루 더 걸릴 거 같다고 말을 했다. 그 이유가 "주방 기계들이 주방에 다 안 들어가고 동선이 꼬여서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였다. 나도 엑셀을 이용해 주방 기계를 배치해 봤을 때 문제가 너무 포화상태라 기계를 빼야 돼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인테리어 업체도 나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작 견적을 전달할 뿐인데 진심을 다해서 설계를 하고 있었다.
다른 곳은 주방 기계 사이즈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대충 견적과 도면을 주었는데 동선까지 고려해 주는 업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견적을 먼저 물어봤다.
돌아오는 답변은 약 4,400만 원... 가장 저렴한 업체보다 2배 정도 비싼 가격이라 놀랐지만 진심을 다하는 업체인 것 같아서 미팅을 잡았다.
미팅 날, 다른 업체의 견적서를 함께 들고 가서 깎아야 될 것은 깎으려고 만만의 준비를 하고 갔다.
미팅룸에 앉아서 3D 설계도를 먼저 보여주는 순간.
"아, 내가 원하던 고급 진 인테리어구나 생각을 했다."
다른 업체와의 견적 비교에서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저희도 그 금액 맞춰서 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격에는 분식집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싼 건 비지떡이다.
나의 가난병이 또다시 나올 뻔했다.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는 동물인데 저렴하고 고급 지게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버릴 뻔했다.
그럼 고급 지고 이쁘게 해주세요
그렇게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그 후 세부 내용 몇 가지와 22석을 29석으로 변경하고 최종 확정되어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식당 창업을 준비한다면 인테리어 업체를 여러 곳 만나보길 바란다. 만약 오늘 만난 인테리어 업체가 모두 별로였다면 고민 말고 다른 업체들을 불러 견적과 도면을 받아 보아야 한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자카야를 준비한다면 인테리어 업체가 이자카야에 대한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그전 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덧붙여 그날 처음으로 온 인테리어 업체가 공사하고 있는 곳을 방문해 봤다. 인테리어 업체 이사는 본인의 인테리어가 좋다고 추천을 했지만 내 관점으로는 고객이 편하지 않은 인테리어였다.
돈을 벌기 위한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인테리어가 더 중요하다.
다시 한번 싼 건 비지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