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외식을 꺼리셨고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행위 자체를 '돈 아깝다'라고 표현했었다.
한판에 9,900원인 동네 피자가 아닌 피자 전문점에 가본 것은 20살 때가 처음이었고 KFC 치킨을 처음 먹어본 것도 초등학교 5학년 때 다른 친구네 가족 나들이를 따라갔을 때다. 너무 맛있는 치킨 맛에 집에 와서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지만 동네에 없다는 이유로 사준 적이 없다.
우리 집 외식은 배달하는 짜장, 짬뽕, 탕수육, 치킨, 피자, 족발이 전부였다. 외식을 할 때에는 집 앞에 있는 저렴한 갈비집이 끝이었다. 밖에서 피치 못하게 외식할 때면 아빠는 "이 가격이면 집에서 삼겹살 몇 근을 사서 먹을 수 있는데"라며 짜증 섞인 농담을 했고 밖에서 밥을 먹으면 체한다며 조금 먹는 아빠 때문에 4명이서 메뉴 3개만 시켜서 만족하며 먹어야 했다. 우리 집이 가난했냐 하면 그건 아니다.
뷔페를 가도 "뷔페 음식은 느끼해서 김치랑 밥만 먹고 왔다."라고 말하며 가난한 게 미덕이라 생각하고 도전하기를 싫어하는 부모님 밑에서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두려운 아이들로 성장하고 있었다. 20대의 데이트도 한창 유행하던 쿠폰 데이트였다. 쿠*, 위메* 같은 곳에서 식당 50% 할인 쿠폰을 사서 먹고 싶은 곳을 다녔고 할인하는 곳은 장사가 안되기 때문에 할인한다는 생각은 못 하고 금액만 보고 저렴히 먹었다는 것을 좋아하며 살았었다.
비싼 음식을 접했던 것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번 이후였고 곱창구이, 스시, 밖에서 사 먹는 삼겹살 정도가 고작이었다. 고퀄리티의 비싼 음식은(한우, 참치) 회사에 취직한 뒤 회식자리에서 먹어볼 수 있었다. 그 뒤로 누군가가 먹을 것을 사준다고 하면 '참치'와 '한우'가 최고의 음식이 되었다.
식당 창업을 하자는 생각에 처음으로 나온 아이디어는 '중국집', '분식집', '김밥집', '반찬가게', '저렴한 덮밥집'이 끝이었다. 주위에 보기 흔하고 새로 생기기 쉽고 없어지기 쉬운 집들뿐이었다.
책을 읽은 덕분에 현재 내 상태에서 미래를 정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서울로 맛집 탐험을 떠났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
이 말에 걸맞게 서울에, 특히 압구정에는 다양한 식당이 많았다.
런치로 1인에 8만 원 하는 곳, 10만 원 하는 곳 등 비싼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았다. 문제는 예약이었다. 압구정에 무슨 음식점이 있는지도 모르고 다짜고짜 올라갔으니 평일이라 괜찮을 것 같았는데 당일 예약은커녕 평일은 1주일 후, 주말은 한 달 후 예약 가능이라고 한다. "8만 원짜리인데도 예약이 이렇게 많아??"라고 말하며 씁쓸히 예약을 하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일식집을 찾았다. 그 첫 만남이 오복 수산이었다.
처음 접해보는 참다랑어와 우니, 이꾸라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참치 마니아라고 나름 생각했었는데 그냥 참치를 알지도 못하고 사달라고만 하는 참치 입문자 일뿐이었다. 이런 참치는 처음이었다. 이름이 혼만 구로(참다랑어)라는 것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럼 대체 내가 먹었던 참치들은 무엇이었나?? 집에 와서 폭풍 검색을 해서 참치에 대해 공부를 했다. 우니 또한 특별했다. 처음 맛보는 우니의 맛은 '녹진한 맛'이라고 하는데 설명 불가할 정도로 특이하면서 맛있었다. 이꾸라라고 하는 연어 알은 바다를 담은 맛인데 비리지 않고 입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오묘한 맛이었다.
나 오늘 천 마리 넘는 생선을 먹었어!!
이 한 그릇으로 천 마리 넘는 생선(알)을 먹었다는 재밌는 생각과 함께 집으로 갔다. 문제는 집에 와서도 계속 카이센동이 생각났다. 결국 한 번 더 방문을 했고 오복 수산과 비슷한 다른 식당 또한 방문했다.
이전의 내(평범한 회사원)가 먹기에는 비싼 금액의 가계였는데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손님들이 붐볐다.
손님들도 멀끔히 차려입은 고급진 손님과 츄리닝을 멋지게 차려입은 손님으로 나뉘었다. 격식 있게 차려입었다면 회사원이 많고 츄리닝을 멋지게 차려입었다면 사업자일 확률이 높다. 회사원을 10년 하며 평일에 월차를 쓰면 세상 끝나는지 알았던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평일 점심에 츄리닝을 입고 이런 비싼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세상은 넓고 사람의 사는 방식도 다 다른데 이를 몰랐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가 있는 곳으로 가라.
나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삼겹살도 밖에서 못 사 먹고 집에서 먹었었다. 또한 남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내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옷과 가방이 더 중요했었다. 하지만 부자들은 달랐다. 참치도 무한리필 참치가 아닌 비싼 참치를 소량으로 먹으며 한 끼 식사를 했고 본인에게 쓰는 금액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내가 식당에서 본 사람들은 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 끼 2인 방문에 4~6만 원을 쓰는 중급 식당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식당에 방문하고 난 후 고객층이 확실히 정해졌다.
부담스럽지 않는 가격에 격식을 차리지 않고
가볍게 고퀄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
내가 먹고 싶은 식당을 차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