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맘의 식당창업일기
식당 앞에 "가오픈"이라는 팬말을 많이 봤었는데....
솔직히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Re-Open! 즉 오픈 전에 오픈을 한다는 건데 왜 굳이 가오픈을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일반 소비자 입장이었다.
하지만 식당을 오픈해 본 결과 가오픈은 굉~~~장히 중요하다.
식당 오픈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오픈을 해야 하는 이유 몇 가지를 말해보려고 한다.
1. 가오픈 이후에 메뉴가 바뀔 수 있다!!
어묵 우동이 대표적으로 바뀌었다. 우동 정식을 판매하려고 했는데.. 맛이 일반 우동과 크게 다를 수가 없어서 메뉴에서 빼버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우동까지 한다면 재고를 쌓아 놓을 곳이 부족하고 주방도 면을 끓이는 기계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일에 부하가 걸릴게 뻔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원재료가 비싼데 맛이 일반 우동과 비슷한 게 흠이었다. 그렇다고 저렴하게 하자니 지금 생각하면 멍청한 생각이었지만 동네 음식점이라 다른 곳의 메뉴를 뺏어오고 싶지 않았다.
2. 동선에 안 맞고 번거롭고 인기 없는 서브메뉴 아웃!!
처음에 서브메뉴로 주려고 한 것이 차왕 무시였다.
다른 곳에서 먹었을 때 차왕무시가 맛있고 새로운 음식이라 이것을 꼭 내 소중한 고객님들께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좁은 주방에서 차왕무시를 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뜨겁고 번거로웠다. 주방에 인원 2명이 배치되는데 메인 음식 하고 차왕 무시까지 꺼내는 것이 굉장히 버거워서 차왕 무시를 서브 메뉴에서 제외했다. 고객들도 차왕 무시의 달콤함이 (주방장이 우김) 별로였는지 한입 먹고 버려지는 것도 많았기에 과감히 1주 만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3. 메뉴를 추가할 수 있다.
내 경우는 후토마끼을 추가했다. 카이센동이라는 메뉴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밥 한 종류 정도 추가할까 생각을 했는데 맞아떨어진 것이 후토마끼였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면서 대중적인 김밥을 베이스로 한 후토마키!! 식당에서 사용하는 재료에서 가능해서 재고 부담의 위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 오이도 돌려깎아야 하고... 김밥을 싸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결국에는 1일 전 예약으로 바뀌긴 했지만 맛 보장! 크기 보장! 메뉴를 추가할 수 있었다.
4. 실수를 하면 가오픈 탓을 할 수 있다.
못된 생각이지만 실수를 할 때 가오픈을 내세울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가오픈 중이라..."
숙성회와 참치라 초장을 구비하지 않았는데 손님들이 찾을 때 또한
"죄송합니다. 저희가 가오픈이라, 오픈 후에는 꼭 구비해 놓겠습니다!"
아기의자 없나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가오픈이라, "
첫 차를 운전하기 시작하면 뒤에 "초보운전"을 붙여 놓으면 실수를 해도 너그러이 이해를 해주듯? 이
"가오픈"을 붙여주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5.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음식점을 처음 해본 사람도 몇 번 해본 사람도 가오픈이면 마음의 짐을 한차례 덜어 놓을 수 있다.
실수투성이인 하루를 돌아 보면서 변경할 점을 적어 놓고 새롭게 오픈하는 날을 기다린다.
사람의 상상력일 뿐이지만 이 또한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마치 학교 다닐 때 1학기에서 2학기로 넘어가면서 마음가짐을 다시 하듯 오픈을 위해 다시 한번 나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준비할 수 있다.
가오픈 주의 사항
1. 지인을 초대할 거면 일반 손님을 받지 말아라.
가오픈 때에 지인을 초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인에게 음식 맛을 보여주고 지인을 손님이라고 생각하며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럴 것이면 일반 손님을 받지 말아야 한다. 일반 손님이 왔다가 지인만 가득한 식당에서 나만 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난 다면 초대받지 못한 잔치에 온 사람처럼 후다닥 밥만 먹고 가는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 다시 오고 싶을까?? 절대!!
2. 서비스는 필수!! 문 앞에 적어 놓자!!
가오픈에 오는 손님은 초보 운전이 깜빡이를 켰을 때 속도를 줄이고 양보를 해주는 것처럼 정말 감사한 손님들이다. 한 분 한 분 손을 꼭 잡고 꽉 껴안으며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코로나 시국도 시국이고 성희롱도 걱정되고 하여 감사하다는 표시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드리자는 마음으로 2인 1 음료와 수제가라야게 인당 1개씩 드렸다. 문제는 그다음에 방문하셨을 때 가라야게를 안 준다고 변했다고 하셨다... 하하하....
그렇게 1월 25일부터 시작한 가오픈은 일주일 만에 끝이 났다.
가오픈은 달리기 전 신발 끈을 꽉 매는 단계 같다.
새로운 첫발을 내딛기 전 신발 끈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