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천천히 떠나는 제주도 14일의 미술관 여행
여운이 깊이 남는 예술의 순간
이번 제주 여행은 코로나 시작 기간 입사했던 회사에서 코로나 마무리되는 기간에 우연치 않게 나온 저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내 몫을 있는 힘껏 열심히 살아왔던 나에 대한 보상임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때로 열어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 소모임을 통해 꾸준히 주말에 전시회를 보러 다녔던 저는 서울을 떠나 본격적으로 제2의 문화예술 도시인 제주에서 예술을 마음껏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제주는 자연이 주는 예술 도시 뿐만 아니라 미술관, 전시회 문화예술 공간이 서울 못지않게 많이 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본격으로 찾아보니 정말 많았습니다.
제주 여행을 10번 이상 다녀왔던 저에게 그동안 가족,친구와 제주의 유명 해변이나 관광지,카페,맛집 위주의 여행을 해왔기에 이번 여행이 더욱 신선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제주도 문화예술 테마 여행'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14일의 여정 동안 총 열 군데의 미술관,전시회를 다녀왔는데요. 서울에서 보았던 전시회와 다르게 제주도만의 건축양식과 더불어 자연풍경과 예술품을 함께
마주하니 여운이 깊게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특별전 이중섭 전'을 최근에 다녀온 저에게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 작가의 생가와 함께 미술관을 방문하니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중섭 미술관 2층에 전시되는 23년 이중섭미술관 입주작가 기증작품전 '여운'은 이중섭 창작스튜디오 14년의 세월 동안 많은 작가가 기증한 작품을 소장품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제주에서의 삶이 어떻게 작품에 투영되고 교감하는지를 마음으로 느끼며 또 하나의 예술작품에 감동과 깊은 여운을 주었습니다.
불꽃처럼 살다 간 예술가들은 시대에 따라 선비, 장인, 화가 등으로 불리면서 제주에 들어와 거대한 문화예술의 맥을 이끌어왔는데요. 제주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할 때는 제주와 연관이 있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시간,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 제주 출신 예술가들, 제주를 찾았던 외지 예술가들의 삶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생각의 지평을 힘써 넓히면 넓힐수록 얼마나 더 아름다운 삶의 요소들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걸까요? 하루하루가 똑같고 지루한 하루처럼 여겨지고 지친 걸음으로 걷는 집까지의 길이 삭막하게만 느껴지지만, 만약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닫힌 생각의 문을 두드린다면, 그 문이 조금씩 열리는 틈으로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할지도 모릅니다.
처음 뮤지컬을 관람하면 연기하고 노래하는 인물이 보이고, 두 번째에는 그 옆을 자유롭게 노니는 앙상블들이, 세 번째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연출이 눈에 들어온다고 해요. 그리고 몇 번을 더 관람하고 나면 배우 각자가 해석한 인물의 차이가, 빛과 그림자의 조작이 만들어내는 명확한 의도가, 연출가가 곳곳에 숨긴 상징성이 차례로 보이겠죠. 그림도 예외가 아닙니다. 더 많이 들여다보고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이 보이죠. 여러 사람이 유추한 상징성을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자신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는 행위도 흥미진진합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예술가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다른 예술가와는 어떤 점이 달랐고 자신만의 영감과 표현은 어떻게 찾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예술세계를 빠져들면, 어느덧 나 또한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통해 제가 경험했던 "예술의 순간"을 하나씩 천천히 적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예술을 통해 조금 더 쓸모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