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작가는 ‘물방울’ 작품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제주 여행 기간 동안 제주 비엔날레 기간이었기에 비엔날레 전시팜플릿을 보던 중에 김창열 미술관이 내 눈에 띄었다. 물방울이라는 작품으로 익숙한 작가였기에 직접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그의 미술관으로 향했다. 서귀포숙소에서 미술관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미술관 가는 길은봄으로 넘어가는 푸른 제주 하늘과반짝이는 빛의 작품과 같다.
물의 나라 이야기
김창열 미술관은 김창열 화백이 1957년부터 2013년 이르기까지 그의 대표작품 220점을 제주 특별시에 무상으로 기증하여 세워졌다. 김창열 작가가 일생 일궈온 그의 작업과 사유, 삶을 더 많은 사람이 많나고, 향유하도록 만든 종합예술공간이다. 제주 한경면 저지예술인마을에 위치한 김창열 미술관은 또 하나의 공간작품을 선사한다. 특히 미술관 건물과 주변의 제주의 풍광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근처에는 제주도립 현대미술관과 인접해 있어서 함께 관람하면 좋다.
물방울 조형물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큰 창문 너머 야외 분수대가 미술관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한낮에 태양 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물결에 따라 분수대가 춤을 추듯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다란 통창 너머 자연과 조화롭게 물방울을 표현한 조형물 또한 인상적이다.
물방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익숙한 물체이지만 작품으로 조우하니 더 신선한 느낌이 든다. 김창열 미술관은 상공에서 내려보았을 때 回 돌아올 회의 모양으로형상화되어 있다. 오름과 같이 융기되는 지형과 건물의 내외부를 입체적으로 연결하여 인위적인 공간을 자연과 스며들도록 한 모습이다.
물방울 작품
김창열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김창열 미술관은 그의 업적과 정신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다양한 기획전시를 선보이며 관람객과 제주도민과 함께 호흡하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창열 작가는 평안남도 맹산이라는 물의 고장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자라면서 본 물의 현상을 오브제나 그림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 표현했다. 특히 유년시절의 회귀, 흙으로의 회귀, 자연의 흐름 속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활동에 모티브는 당시 한국전쟁을 겪어낸 아픔의 상처를 어린 시절의 회귀로 표현했으며 물방울을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물방울 그리는 것은 모든 것을 無로 돌려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물방울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그의 작품을 조용히 감상하며 나 또한 그 물방울을 내면에 투영해 본다.
물방울(떨어지는 물방울) / 물방울 (순진한 물방울)
물방울 (떨리는 물방울)
“물방울 그리는 행위는 모든 것을 물방울 속에 용해하고 투명하게 ‘無’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행위이다. 분노도 불안도 공포도 모든 것을 ‘허’로 돌릴 때 우리들은 평안과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에고’의 신장을 바라고 있으나 나는 에고의 소멸을 지향하며 그 표현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김창열-
회귀 작품
미술관에 제1 전시실부터 제3 전시실까지 김창열미술관은물방울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재료와 배경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물방울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세계에 감탄을 자아낸다. 회귀라는 주제의 작품은 천자문을 배경으로 물방울 표현했으며, 지중해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특히 인상적이다.
김창열 작가는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반정부 간첩단사건인 동백림사건으로 인해 옥고를 치른 뒤 프랑스 파리로 갔다. 김창열은 45년의 오랜 외국생활 끝에 제주도에 정착하게 되었다. 전쟁의 아픔, 창작에 대한 고통, 외국 생활의 어려움 등 이 모든 것들을 작품 회귀를 통해 표현되었다.
작품의 천자문은 유년시절의 향수를 품었다. 또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 평안남도 맹산을 대신하여 제주에서의 삶을 기억하고, 마음의 평안과 평화를 염원한 것이 그의 작품이었다.
지중해 작품
미술관 중앙 분수대를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야외조형 공간이 나온다. 미술관 주변 제주의 풍광을 볼 수 있으며, 김창열 화백의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이런 멋진 공간과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작가님에게 합장하며 감사 인사를 한다.
2021년 1월 5일 김창열 화백은 그의 미술관 옆 수목장지에서 영면하였다.
김창열 화백 조형물
“물방울 그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자 철학이자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단어나 연설을 사용하지 않고도 말을 하는 방법 말입니다. 나는 거의 평생을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와 살았습니다. 그는 나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와 지혜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물방울 그리는 남자는 물방울을 단어로 사용하는 작가이자 이야기꾼입니다. 이 점이 그가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이지만 꽃도 인물도 그리지 않는 남자의 이유입니다.”
- 김시몽(김창열 작가 아들)-
김창열 미술관은 김창열의 예술세계가 한국 근현대 미술사와 세계 미술사의 큰 흐름 속에서 어떠한 자취를 남겼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맥락화하고 전시로 엮어내어 김창열 미술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 더불어 김창열의 예술이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알리고, 그 광범위한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발굴하여 소개하는 공간이다.
제주도민들의 배려로 세워진 미술관은 공공 전시 공간으로 제주와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제주 여행을 오게 된다면 김창열 미술관에 들러 그의 예술세계를 오감으로 느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