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골집에서는 누구나 고양이 한 마리쯤은 키우고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는 바로 쥐 때문이었다. 쥐들은 힘들게 농사를 지은 곡식들이 있는 곡간에 들어가 야금야금 곡식들을 갉아먹고 쥐똥을 싸놓고 갔다. 쥐가 지나간 자리를 만진 사람에게 병균을 옮겨 놓기도 했다. 쥐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붕 아래 천정 위에 집을 짓고 살아 식구들을 늘렸다. 저녁이면 쥐들의 발자국 소리로 쉽게 잠을 들 수가 없었다.
고양이들은 쥐를 잘 잡았고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쥐로 인한 걱정을 덜게 되었다.
고양이들은 집고양이의 표식으로 꼬리를 잘랐다. 꼬리가 잘린 고양이들은 마루 밑에서 새끼 고양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며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런데 꼬리가 잘린 고양이들은 더 이상 쥐를 잡지 않았다. 집고양이가 되면서 야생의 본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쥐를 잡아먹지 않아도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더 맛있는 밥을 주었다.
고양이는 애교를 부리며 사람들에게 등을 내어준다. 부드러운 털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고양이를 마루 밑에서 집안으로 들여와 함께 지냈다. 고양이는 나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나비는 이제 야생의 쥐를 더 무서워하는 완전한 애완동물이 되어 버렸다.
농촌에서는 집 주위에 쥐덫을 놓았고 고양이도 키웠는데 우리 집에서도 집 고양이가 있었다. 아버지가 고양이의 꼬리를 자르던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작은 꼬맹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꼬리를 자른 고양이는 멀리 도망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집고양이들은 집을 나가 들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새끼를 낳고 집고양이가 되어 지내기도 했다.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생활을 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없는 시골에 내려오면 집을 지키는 고양이는 없고 모두 들고양이들 뿐이다.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자 모두 집을 나가 꼬리를 기르고 들고양이가 되었던 것이다.
시골에서 만나는 들고양이들은 도시에서 보는 길고양이와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쥐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훔쳐먹는 도둑고양이들이 된 것이다. 먹을 것이 있는지 어슬렁거리며 시골 동네를 헤매는 들고양이들과 자주 마주친다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사람들을 눈을 빤히 쳐다본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시치미를 떼고 있는 뻔뻔한 얼굴이다. 도리어 '나랑 누가 이기는지 눈싸움 한번 해볼래?" 도전장을 내미는 눈빛이다.
먹이를 앞에 둔 맹수의 눈을 가진 것 같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목표물이 있으면 목표물 앞을 사람과 대치하며 끝까지 지켜낸다.
안쓰러워 먹을 것을 주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멀찍이 도망을 가버린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먹을 것을 물고 밭고랑을 지나간다. 안전한 거처를 찾아 움직인다. 사냥감을 물고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들고양이 세 마리를 집 주변에서 보았다. 모두 다른 고양이였다.
한 마리는 음식 냄새를 맡았는지 싱크대 옆 창문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햄이라도 던져주려고 문을 열었더니 멀찍이 도망가 버렸다.
또 한 번은 담벼락 옆에서 창고로 들어오려고 하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나를 보고 잽싸게 담 너머로 도망을 갔다.
마지막은 저녁이 되어 아기 닭들을 보러 창고에 갔다가 도둑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닭장이 있는 옆 창고문을 열고 보니 작은 뒷문 앞에 들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를 본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도둑고양이도 나를 보고 놀랐는지 잽싸게 뒷문으로 꽁무니를 내뺒다.
낮에 닭장 문을 열었을 때 어린 닭들이 창고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저렇게 높은 데까지 어떻게 올라갔지 생각했었다. 닭들은 밤이 되면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다고 하던데 이제 잠 잘 준비를 하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들을 사냥하러 온 도둑고양이의 위협을 느끼고 가장 높은 곳으로 도망을 간 것이다.
아침에 자기 집으로 돌려보냈던 누렁이가 당장 소환되었다. 오늘도 누렁이는 어린 닭들을 지키기 위해 불침번을 서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오래간만에 자유를 즐기며 노는 줄 알고 왔다가 일을 하게 된 누렁이는 불평을 내내 하다가 조용해졌다.
도둑고양이를 쫓아내랴, 닭들을 보호하랴, 강아지까지 돌봐야 하는 시골생활이 되었다. 비까지 하루 종일 내리는 날 조용한 시골집이 도둑고양이들 때문에 난리 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