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밖으로 나온 아기 흑염소 두 마리

by 약산진달래

"음메~ 음메 "

흑염소 농장 울타리 밖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아기 흑염소 두 마리를 보았다. 엄마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인지 아기 염소의 울음소리가 안타깝게 들려왔다. 농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울고 있었다.


한참 동안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흑염소 무리를 향해 울고 있던 아기 흑염소들은 농장을 벗어나 옆에 있는 밭으로 뛰어갔다.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흑염소 두 마리가 어디로 갔는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자, 혹시 농장 안이 답답해서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기 흑염소 두 마리가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한참 뒤에야 울타리가 처진 산비탈 밑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혹시 산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 지켜보고 있는데 다행히 무리가 있는 농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울타리의 구멍을 찾았는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흑염소 무리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니 한 두 번 농장을 빠져나와 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집에서 기르던 염소들은 모두 목줄을 하고 있었는데 여러 마리의 염소들을 끌고 풀을 먹이러 산으로 다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염소들을 풀이 많은 곳에 묶어 놓고 풀을 먹이다 해가 지려고 하면 동네 언니 오빠들과 염소 무리들을 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염소의 목줄을 잡고 내려오지 않아도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이탈하지 않고 선두를 따라 집으로 잘 돌아왔다.


어린 시절과 달리 지금은 모두 풀밭에 염소 막사를 지어 놓고 농장에서 방목하며 자유롭게 키우고 있다. 큰오빠는 흑염소를 산에 염소 막사를 만들어 놓고 방목하면서 키웠다. 그런데 지금은 흑염소 한 마리도 막사에 남아있지 않다. 모두 산으로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어느 날 망봉산을 오르던 길이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옆에는 돌이 가득했다. 그런데 돌 위에 흑염소들이 무리 지어 있는 것이 아닌가? 흑염소들이 이렇게 높고 위험한 곳까지 올라온 것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등산로에는 염소 똥이 가득했다. 염소들은 등산로에 무리 지어 있다가 사람들이 나타나면 숲으로 쏜살같이 도망을 가버린다. 잃어버린 흑염소를 찾으려고 해도 산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흑염소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염소가 새끼를 길에서 낳는 경이로운 광경을 구경했다. 산행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등산로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지 않아서 아기를 낳기에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염소 엄마는 생각한 것 같았다. 흑염소를 잡아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다른 집에서 방목하는 흑염소 일 수도 있어서 그대로 두고 내려왔다. 이일을 큰오빠에게 말했더니 오빠네 흑염소라고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큰오빠의 흑염소들은 막사로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산 어딘가에서 자유롭게 풀을 먹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산길을 다니며 돌 위에 올라가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기 흑염소들이 안전하게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흑염소들이 무리 지어 있는 곳을 보았다. 긴 수염을 한 흑염소가 큰 돌 위에 올라가 위엄 있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다 알고 있는 듯한 눈동자였다. 가장 높은 바위 위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이 농장 흑염소들의 수장인 것 같았다.

나처럼 아기 흑염소들이 무리를 떠나 울타리 밖에서 방황하는 것을 지켜보며 집을 떠난 아기 흑염소들이 잘 돌아오고 있는지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기 흑염소들이 엄마 품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농장에서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는 나에게 아기 흑염소들은 자신이 잘 지키고 있으며 무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이었다.


내가 흑염소 농장을 떠날 때는 아기 흑염소들은 농장 안에서 무리와 어울리며 여물을 먹고 있었다. 울타리 밖으로 나와 울고 있었던 것을 모두 잊은 듯했다. 수장 흑염소는 여전히 바위 위에 우뚝 서서 말은 없지만 깊은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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