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땅을 일구어 밭을 만들고 씨앗을 뿌리고 싹이 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신비로운 과정이다. 매일 아침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주 작은 씨앗이 땅속에서 썩어지며 싹을 틔우고 세상 밖으로 새싹으로 변신하며 계속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신비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원하는 채소나 과일들만 봄의 기운을 받고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더 질긴 생명력을 땅속 밑까지 줄기를 뻗어가며 살아있는 거친 야생의 땅에서 계속해서 살아남은 풀들도 봄기운을 받으며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채소나 과일의 싹이 올라와 자라는 속도보다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지만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풀들이 자라는 속도는 더 빠르다. 그래서 엄마는 매일 밭을 매러 때약볕에도 나가 일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곡식들이 자라야 할 땅에 풀을 매지 않으면 곡식보다 풀들이 더 많은 밭으로 변해 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텃밭도 새싹이 올라오더니 그 주위로 어디서 씨앗이 떨어졌는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잡초들이 저 땅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옆으로 뻗어 가더니 지면을 뚫고 올라 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라는 속도가 뿌려놓은 싹이 올라오는 속도를 이미 따라잡고 있었다.
몇 년 전 여름 엄마의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다가 발견했는데 검정 비닐이 밭 전체에 깔려 있고 고추가 자라는 곳만 구멍이 나있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해놓은지 깨닫지 못했는데 풀들이 자라는 것을 막아주어 풀을 매는 수고가 줄어들도록 한 것이었다. 시골은 벌써부터 고추 모종을 심고 비닐로 덮어 놓은 상태이다.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니 고추 모종이 심어진 자리 외에는 모두 검정 비닐이 깔려 있었다.
나의 작은 텃밭은 모종을 심은 것도 아니고 그냥 씨앗을 자유롭게 심어놓은 상태여서 잡초를 막기 위해서는 검정 비닐을 씌워 놓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하다 검정 비닐을 조금씩 덮어가며 모종을 덮을 때 그곳에 구멍을 내고 모종을 비닐 위로 올려 주는 작업을 시작했다. 바람이 불고 싹이 잘 보이지 않는 검정 비닐로 작업하는 것이 힘들어 투명 비닐로 작업을 했다가 투명 비닐은 비닐 안에서 풀들이 자란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검정 비닐을 덮어 씌우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넓지 않은 작은 텃밭이라 싹이 올라온 곳은 허접하지만 검정 비닐을 씌워 놓을 수 있었다. 잡초 매트를 검정으로 하는 이유는 검은색이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잡초 매트 안에서 자라고 있는 풀들을 죽게 하고 빛을 차단해서 잡초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원리라고 한다.
수박 씨앗과 나중에 씨앗을 뿌린 토마토와 참외가 싹이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싹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낮은 한낮이지만 밤은 또 너무 추워서 싹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아이들이 싹이 나오면 또다시 풀이 점령하지 못하도록 잡초 매트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모종으로 샀으면 풀이 자라는 조치가 좀 더 쉬웠을 것 같지만 싹이 자라는 신비로움을 알아가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풀을 매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든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작업인데 누구의 아이디어로 시도했는지 모르지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시골생활은 풀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잡초 매트로 풀과의 전쟁에서 먼저 선수를 처 본다. 풀들은 자신이 빼앗고 싶은 땅을 잃고 죽어가더라도 빈 땅만 있다면 어디든지 뿌리를 내릴 것이다. 잡초처럼 끈질기게 땅을 점령하고 주인 노릇을 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나의 텃밭에서 살아남지 못한 풀 때문에 안타까워하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