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논시밭 텃밭 가꾸기

시골에서한 달살기 텃밭 가꾸기

by 약산진달래

엄마는 시골집 앞에 있던 텃밭을 논시밭이라고 불렀다. 논시밭이란 전라도 방언인데, 왜 논시밭이라고 했을까? 논이었는데 밭을 만든 것일까? 혼자서 논시밭이라는 말의 유래를 생각해 보았지만 해답은 얻지 못했다.

요즘 나만의 논시밭 만들기를 하고 있다. 시골에서 어르신들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안전한 방법으로 논시밭에 모종을 사서 심으시는 것 같다. 열매가 열리면 좋지만 그저 싹이 나는 것에 관심만 있던 나는 씨앗을 구매해서 내가 만들어 놓은 논시밭에 뿌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논시밭에 나가 오늘은 싹이 나왔나 나오지 않았나 살펴보는 일이다. 나의 논시밭에는 제일 먼저 뿌린 백일홍이 싹을 틔우고, 해바라기도 싹을 틔우며 자라고 있다.


다음으로 채소와 과일 씨앗을 뿌렸는데 호박, 오이, 상추, 토마토, 참외, 수박 중 제일 먼저 호박 싹이 올라오려고 하는 것 같다. 작은 싹이 땅을 뚫기 위해 몸부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호박 싹이 어떤 모습인지 모른다. 올라오고 있는 새싹이 풀인지 호박 싹인지 정확히 구별을 못하고 있다.


윗집에는 90이 다 돼가는 해순네 엄마가 혼자 사신다. 논시밭을 서성이는 나를 볼 때마다 말을 걸어 오신다.

"뭐하고 있냐?"

"싹이 나는지 보고 있어요."

"잘 봐야 한다. 지심 (풀의 전라도 방언)이 나오면 바로바로 메주어야 한다."

돌이 많은 곳에는 잘 자라지 않으니 흙이 있는 곳에 심으라고 충고를 하신다. 사실 흙이 있는 곳은 내가 씨앗을 뿌려 놓은 곳인데 말이다. 귀가 잘 안 들리시는 해순네 엄마는 내가 뭐라고 한마디를 해도 평생 밭을 일구고 사신 노하우를 전수해 주시려고 한다.

"그냥 내 말만 들어 남 해롭게는 내가 안 하는 사람잉께"


채소며 과일 씨앗을 심어놓고 비가 한번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비가 오지 않고 있다. 논시밭에 물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동이를 들고 물을 길으러 다니고 있다. 또랑 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샘물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물을 담은 양동이가 너무 무거워 설렁설렁 물을 주고 있다. 비가 한번 내려주어 논시밭옆에 준비해놓은 커다란 물동이에 물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 논시밭에 호박 싹이 나고 있어 "

"거기 호박이 잘 자라재." 엄마는 본인의 논시밭을 말하는 줄 아신다.

"엄마 양파 사러 가야 해 " 양파가 떨어져 양파를 사러 가야 한다고 말하면

"논시밭에 양파가 많이 있어야 가봐라."

야채며 채소, 과일들이 넘쳐났던 평생 정성을 들여 가꾸신 엄마의 논시밭을 백발의 노모는 여전히 잊지 못한다.


엄마의 논시밭은 자식들에게 언제나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내어 주었다. 나의 작은 논시밭도 싹이 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고 수확의 기쁨을 주는 텃밭이 되기를 바란다. 시골에 지내는 동안은 풀이 나오면 풀을 메고 물이 부족하면 물을 주며 나의 작은 논시밭 만들기에 공을 들일 듯하다. 열심히 정성을 들이면 살아있는 생명들은 그 마음을 느끼고 힘을 내며 응답해 준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keyword
이전 15화울타리 밖으로 나온 아기 흑염소 두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