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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Jun 27. 2021

새벽에 닭이 우는 이유

"꼬끼오" 녀석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이처럼 크게 소리를 낸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아침이면 새들의 소리에 묻혀서 닭의 울음소리를 분간해 내려고 애를 썼지만 늘 새들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동이 터올 무렵 새벽이면 먼 곳에서 닭 우는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시골집으로 이사 온 도시 닭들이 새벽에 우는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처음으로 집 가까이에서 들리는 꼬끼오 지 꼬꼬댁인지 어느 나라말인지 분간할 수 없는 닭의 외침을 들었다. 모처럼 새들보다 큰소리다.


어린 닭들은 2달이 넘는 사이 성인 닭으로 자랐다. 이제 닭 벼슬이 올라와 암탉인지 수탉인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다행히 한 마리는 암탉, 한 마리는 수탉이었다. 병아리였을 때는 암탉과 수탉의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도 생김새도 비슷하더니 닭 벼슬이 나오기 시작하며 닭들은 자신의 성별에 따라 모습이 달리하며 자란다.


수탉의 모습은 암탉보다 크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면 암탉은 얌전하고 단아한 모습이다. 다행히 두 녀석은 너무 다정하다. 모이나 물을 주려고 한 번씩 들여다보면 언제나 꼭 붙어 있는 모습이 한쌍의 원앙이 따로 없다.


조류의 후손인 두 녀석 모두 날갯짓이 장난이 아니다. 천장 바로 아래 있는 횟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정도니 말이다. 높은 곳에 올라간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지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 닭이 우는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혹시 알이라도 낳으려는 것일까? 처음 들은 닭 울음소리에 내가 가장 원하는 답으로 접근을 해보았다. 청계 닭이 낳은 청란은 값도 비싸고 영양가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늘  닭장에서 알을 가져오던 심부름 하던 기억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엄마! 닭이 울면 알을 낳으려고 우는 거야?"

뭐든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척척박사님이 계시니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잉 알 날라고 그래야"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새벽 곤한 잠에 빠져드신다.


닭장으로 가보았다. 살짝 그물을 올려다보니 아직 녀석들은 높은 횟대에서 내려올 기색이 없는 모습이다. 알을 낳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닭이 새벽에 이유는 아침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침이 오는 것을 닭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닭의 뇌 속에는 송과체라는 내분비 기관이 존재하는데, 송과체는 빛에 민감해 빛을 감지하는 순간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호르몬이 분비되면 닭은 꼬끼오하고 우렁차게 울게 된다.

빛을 예민하게 느낀 닭들은 잠에서 깨어나 본능적으로 울어대는 것이었다.


날이 밝았다고 큰소리로 우는 녀석은 수탉이다. 닭의 무리에서는 수탉이 대장 역할을 하는데. 한낮에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울어댄다. 내가 닭장 문을 한 번씩 열어다 보기라도 하면 암탉을 보호하려는 몸짓을 보이며 당당하게 나를 쳐다보는 녀석이다.


수탉 녀석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었으니 이제 계란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겠지 속으로 생각해 본다.

"어서 영양 좋고 맛 좋은 청란을 나에게 내어주렴 암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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